고은(85)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고은(85)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고은 시인이 지난 17일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사건은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한 계간지에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 과거 한 문인의 성추행 행적을 고발했다. 이후 이 사실이 올해 2월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투 운동’을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 Me too /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이다. 최 시인은 직접 방송 뉴스에 출연해 해당 시인이 고은이라고 밝혔다.

또, 한 일간지도 고은 시인이 과거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신체 특정 부위를 보여주는 추행을 했다고 보도했다.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던 고은 시인은 지난 3월 영국의 출판사를 통해 “일부에서 제기한 상습 추행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다”면서 “나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박진성 시인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최영미 시인의 말이 사실”이라며 “저는 추악한 성범죄 현장의 목격자이고 방관자다. 지난날의 저 자신을 반성하고 증언한다”고 주장했다. 폭로가 이어지자 고은 시인은 국내 대표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을 내려놨다. 서울시도 소인 시인의 문학을 조명한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을 철거했다.

최 시인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 시인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건 처음”이라며 “원고의 소송대리인이 꽤 유명한 법무법인이다. 힘든 싸움이 시작됐으니 밥부터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 시인은 미투 운동 확산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3일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