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제조사 퀄컴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사 NXP의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뉴시스/AP>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퀄컴이 미중 무역전쟁의 첫 희생자가 됐다. 퀄컴은 NXP 인수를 포기했다. 중국 규제당국의 승인이 지속 지연되자 인수 자체를 포기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화되자 내린 결론이다. 

25일(현지시각) 미국 반도체 제조사 퀄컴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사 NXP의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퀄컴은 실적 자료를 통해 “우리는 NXP 인수를 위한 계약을 끝내려고 한다”며 “중국 규제당국이 7월 25일까지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인수 자체를 종결하겠다. NXP는 20억달러(약 2조2,400억원)의 해지수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퀄컴은 2016년부터 NXP 인수에 공을 들인 바 있다. 퀄컴과 NXP는 440억달러(약 49조원) 규모의 인수합병에 합의했다. 그러나 세계 9개 국가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속 지연됐다. 미국, 한국, 유럽연합 등 8개 국가의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 규제당국으로부터의 승인은 받지 못해서다. 

실제 중국 규제당국은 “퀄컴의 NXP 인수는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지난 4월부터 승인을 미뤄왔다. 표면적으로는 퀄컴이 NXP를 인수하면 반도체 시장에서 퀄컴의 지배력이 강화돼 반독점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지만, 미국 정부와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만큼 미국 기업인 퀄컴에 대한 승인을 미뤄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지난 6월 한때 중국 당국의 승인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자 중국 규제당국은 퀄컴 인수에 대한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중국 규제당국은 지난 25일 자정까지도 퀄컴에 대한 승인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퀄컴은 NXP 인수를 포기하게 됐다. 퀄컴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첫 희생양이 된 셈이다. 퀄컴은 NXP 인수를 포기한 대신 300억달러(약 33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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