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할 당시 재판 거래 정황을 직접 경험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정황을 경험했다고 증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할 당시 법원행정처의 문건대로 재검토 지시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이모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보상금 청구 사건이 들어와 종전 사건의 판시를 인용한 의견서와 보고서를 주심 대법관에게 보고했다”면서 “그런데 수석연구관이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부장판사가 판시를 인용한 사건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이다. 이 사건은 1심과 2심에서 피해자들이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고, 재상고심은 아직까지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이 부장판사는 “수석연구관이 ‘미쓰비시 사건을 다시 파기환송 하기로 돼 있다’고 했다”면서 “대법원이 자신이 내린 판결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이 검토되고 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황도 폭로했다. 이 부장판사는 “내가 검토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집행정지 판결은 다른 사건들과 다르게 진행됐었다”면서 “파기만을 전제로 한 법리검토, 상식에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들어서까지 대법관이 고집을 부렸다”고 썼다. 그러면서 “결국 비상식적인 요구는 막았지만 대법관님은 해당 근거 법률조항(교원노조법)에 대한 헌재 합헌 결정 직후 기어이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가 언급한 ‘대법관님’은 이 사건 주심 대법관이었던 고영한 대법관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에는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 전략’으로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관련 사건이 등장한다. 문건에서는 해당 소송에 대해 당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최대 관심사가 ‘한일 우호 관계 복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