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잉여생산수입이 떨어지면서 상가의 공실률도 늘어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소규모 자영업자 위기의 원인을 놓고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여당은 임대료와 로열티 등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략에 따른 명분싸움일 뿐, 전문가들과 소상공인들은 복합적 요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자영업자의 수입 측면을 살펴보면, ▲장기 저성장과 ▲과도한 경쟁, ▲대기업의 상권침해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저성장에 따른 소비감소는 주로 내수 소비시장에 진출해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 OECD 비해 높은 자영업자 비중

OECD 국가들에 비해 자영업자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자영업자 수는 568만 명으로 비중은 22% 수준이다. OECD 평균수준이 10%대 초반이며 비교적 높은 국가들이 15%인 점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으로 많다. 물론 자영업자 비중이 35%에 달했던 1980년대와 비교하면 낫다고 할 수 있지만, 대형마트와 프렌차이즈 산업의 성장으로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무엇보다 수입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부담해야할 비용은 증가하고 있어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항목이 임대료와 인건비, 카드수수료 등이다. 다만 전체 자영업자 568만 명 가운데 395만여 명이 최저임금인상과 직접 관련 없는 1인 자영업자임을 감안하면, 인건비 보다는 임대료가 가장 큰 지출항목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경리단길, 삼청동길 등 서울의 주요 상가 밀집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매출은 올랐지만 그 이상으로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자영업자 보호 대책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상가임대차보호법인 이유다.

◇ “조물주 위 건물주”도 옛 말

중대형 상가 수익률이 2003년 이래 매년 악화되고 있다. <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그렇다고 임대인들이 쉽게 고수익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살펴보면, 중대형 매장용 임대 소득수익률은 2017년 전국 기준 4.43%에 불과했다. 서울은 전국평균과 비교해 더 낮은 4%에 불과했다. 부동산의 가치 상승분까지 반영한 투자수익률도 6.71%로 그리 높지 않았다. 투자수익률이 14.09%로 정점을 찍었던 2003년 이래 매년 조금씩 수익률이 감소한 결과다. 일부 부도덕한 업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모든 임대인을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며 비난만 할 일은 아닌 셈이다.

이한주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 분과위원장은 “200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적인 붐으로 경제의 균형이 무너지고 자산가격이 폭등했다.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부동산 임대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부동산 임대료는 가격경직성이 강해서 공실률이 높아져도 빨리 떨어지지 않는 성질이 있지만, 결국은 떨어지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시장에 의한) 조정과정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시장에 의한 조정을 마냥 기다리기에는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임대인,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골목상권 보호, 카드수수료율 인하, 임대료 상한제, 일자리 창출 등의 정부정책도 자영업 부흥 보다는 속도완화를 통한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목적에 가깝다.

이 위원장은 “임대료 상한제나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법이 시장경제 질서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것은 경제학자로서 왜 모르겠느냐”면서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공동체를 보호하고 변화에 대한 속도를 완만히 함으로서 자체적으로 적응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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