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닌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에 앞서 KT&G와 BAT코리아가 2세대 디바이스와 스틱을 선보이고 있다. <필립모리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출시 1년여 만에 4,000억원대 규모로 급성장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새로운 막이 열리고 있다. ‘담배계의 애플’이라 불린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상륙한지 1년여 만에 차세대 디바이스와 스틱이 서서히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최근 2세대 기기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KT&G와 BAT코리아가 선출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2라운드’ 돌입한 전자담배 시장

궐련형 전자담배 전쟁 2라운드의 포문은 KT&G가 열었다. 지난해 11월 전자담배 ‘릴’과 전용담배 ‘핏’을 선보이며 최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KT&G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먼저 차세대 기기를 내놓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기존 릴을 업그레이드한 ‘릴 플러스’는 지난 5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15만대가 판매되며 이전 모델 보다 3배 빠른 판매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KT&G는 유통망 확대를 통한 투트랙 전략으로 아이코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주요 편의점 1만9,000여 곳에 제품을 추가 공급하게 되면서, 릴과 핏 판매처는 기존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3만8,000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아직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판매처(9만8,000여곳)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6개월 가량 시장 진출이 늦은 점을 고려하면 완만한 성장세로 분석된다.

KT&G의 릴 플러스 출시로 재가열 된 궐련형 전자담배 경쟁은 BAT코리아의 가세로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3일 BAT코리아는 출입기자 1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세계 최초로 자사의 2세대 궐련형 전자담배 모델인 ‘글로2’와 스틱 브랜드 ‘네오’를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매튜 쥬에리 BAT코리아 사장을 비롯해 알퍼 유스 마케팅 총괄 전무, 제임스 머피 유행성 감소 R&D 총괄 등 회사 내 핵심 관계자들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글로2에 대한 기대감을 엿보게 했다.

◇ ‘릴 플러스’, ‘글로2’… 선출시 효과 볼까

KT&G와 달리 BAT코리아가 2세대 디바이스 출시를 기념한 행사까지 마련한 건 그만큼 홍보가 절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KT&G보다 3개월 가량 앞서 글로를 국내에 내놓고도 시장점유율은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BAT코리아는 공식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글로의 국내점유율을 1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코스와 릴의 누적판매량이 각각 190만대(60%)와 70만대(30%)를 돌파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글로의 판매량은 약 30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같은 현황은 BAT코리아로서는 상당히 뼈아픈 일이다. 비교적 이른 시장 진입 시점 뿐 만 아니라 판매량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우수한 유통망을 살리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글로1은 플래그십 스토어와 편의점 등 전국 7만여 곳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KT&G의 약 2배에 이르는 규모다. 또 인지도와 점유율 모두에서 압두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필립모리스 아이코스와의 격차는 28% 남짓한 수치다.

릴 플러스와 글로2의 출현으로 포문이 열린 2세대 궐련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업계 경쟁은 올해 하반기에 절정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아이코스 2세대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일본 출시 후 국내 땅을 밟는다. ‘조기 출시’ 된 릴 플러스와 글로2가 아이코스 2세대의 등장을 미풍에 그치게 할 수 있을지 애연가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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