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 당시 담당 검사였던 최환 변호사가 고인의 부친 박정기 씨의 빈소를 찾아 조용히 조문을 마치고 돌아간 사실이 전해져 이목이 쏠렸다. <SBS 스브스뉴스>

[시사위크= 김민성 기자] 1987년 1월 14일 고문으로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 열사가 숨졌다. 만약 그때 시신을 부검하지 않았더라면 사건의 진상은 오리무중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시신보존명령까지 내려 경찰의 화장 시도를 막고 부검이 이뤄지도록 한 최환 변호사가 진실을 밝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 그는 서울지검 공안부장검사였다. 해당 내용을 담은 영화 ‘1987’에서 배우 하정우 씨가 연기한 검사가 바로 최환 변호사다.

최환 변호사는 영화 흥행으로 사건 당시를 회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특히 검찰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건장한 청년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감적으로 고문에 의한 사망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수사 과정에서의 고문을 뿌리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사건을 접하게 돼 경찰의 요청을 거부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환 변호사는 오랜 세월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했다.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그는 28일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씨의 빈소를 조용히 찾았다. 박씨는 이날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빈소는 부산시민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최환 변호사는 조문을 마친 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측 관계자와 안부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조문객 다수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최환 변호사가 빈소를 다녀간 사실은 뒤늦게 방명록을 통해 확인됐다. 그는 “이 땅의 우리 아들딸들이 고문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게 인권이 보장”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정의가 살아있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드님 곁으로 가시어 영면하시라”는 추모의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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