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측 김도균 수석대표와 북측 안익산 수석대표가 판문점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9차 남북장상급 군사회담이 31일 판문점 남쪽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됐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는 두 번째다. 지난번 회담에서 북측 안익산 중장이 “다시는 이런 회담을 하지 말자”며 아쉬움을 토로했었던 만큼, 이번 회담은 전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회담 주요 참석자는 우리 측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을 비롯해 조용근 북한정책과장, 안상민 합참 해상작전과장, 한석표 청와대 행정관 등이었다. 북측은 안익산 중장과 엄창남 대좌, 김동일 대좌 등으로 지난번 회담 참석자와 동일하게 구성돼 있었다. 논의의 연속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 사실상 성과 없었던 6.14 남북장성급 회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우리 측 김도균 수석대표가 “오늘도 회담이 잘 될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네자 안익산 북측 대표는 “세계가 판문점을 주시하고 북과 남의 온 겨레가 판문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또한 양측은 속담을 주고받으며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표현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주인 눈 두 개가 하인 손 천 개를 대신한다’는 서양속담을 통해 남북 ‘주체성’을 강조했고, 김 대표는 ‘가꾸지 않은 곡식이 잘되리라는 법이 없다’는 말을 인용해 성의 있고 진지한 회담이 되기를 기원했다.

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군사분야 합의사항의 실질적 이행조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서해 NLL 평화수역화 ▲교류 활성화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 수립 ▲국방부 및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 등 다섯 가지 사항에 합의한 바 있다. 

합의문의 실행을 위해 김 대표와 안 대표 등 남북 장성급 인사들은 지난 6월 14일 첫 만남을 갖고 논의에 착수했다. 장시간 논의 끝에 ▲2004년 남북장성급회담 합의사항 준수 ▲동서해 지구 군 통신선 복구에 합의하는 등 일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핵심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NLL 평화수역 조성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에는 결과물을 내지 못했었다.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 있는 우리 측 철책선과 감시초소의 모습 <뉴시스>

◇ 감시초소 중화기부터 단계적 철수방안 제시 

이날 회담장으로 출발 전 취재진과 만난 김 대표는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군사분야 합의 사항과 그리고 지난 회담에서 상호 의견을 교환했던 의제들을 중심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의 실질적 조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실질적 조치의 내용으로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의 병력과 장비를 시범적으로 철수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앞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방부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방안으로 감시초소 내 중화기부터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DMZ 내 생태조사 및 유해발굴과 연계해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서해 NLL에서는 적대행위를 완전히 금지하고 남북 어민들의 이익을 위한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북측 안 대표는 “남쪽의 방송에서 오늘 김도균 소장하고 마주 앉아서 토론할 내용들을 다 예평을 했다. 참 신통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이는 회담의 주요의제가 맞다는 것을 시인한 대목이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가자 우리 측 김 대표는 20cm 정도의 서류 파일을 꺼냈다. 단단히 준비해서 많은 내용의 합의를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에 북측 안 대표는 자신들의 서류철을 내놓으면서 “많은 것을 가지고 나온 것 같은데 허심탄회하게 회담을 잘해서 우리 인민들이 ‘군대가 제일 앞서가는 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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