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연기에 물이 올랐다. 배우 주지훈이 영화 ‘신과함께- 인과 연’(감독 김용화)에서 전작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까칠하지만 속은 따뜻한 이른바 ‘츤데레’ 매력으로 많은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는 코믹함과 묵직한 카리스마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믿고 보는 배우’로 우뚝 선 주지훈이다.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은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 분), 해원맥(주지훈 분), 덕춘(김향기 분)이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마동석 분)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편인 ‘신과함께-죄와 벌’은 지난해 12월 개봉해 1,44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부에 이어 2부에서도 해원맥으로 활약한 주지훈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점점 떨린다”고 털어놨다.

“1부에서 긴장감을 너무 많이 느꼈고 큰 사랑을 받아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점점 떨려요. 인터뷰를 하면 모두 잘 될 거라고 말하는데 쌓일수록 부담스러워요. 1부처럼 초긴장 상태는 아니지만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중간단계에 걸쳐있어요.”

주지훈이 연기한 해원맥은 마지막 망자를 환생시키고 지옥을 벗어나는 일에만 사활을 거는 인물이다. 1부에서 허세와 유머에 초점을 맞췄다면 2부에서는 코믹한 모습뿐만 아니라 과거의 진실과 마주해야만 하는 해원맥의 묵직한 분위기로 극을 이끈다. 또 천 년 전 무사로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도 해원맥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사실 1부가 더 어려웠어요. 처음에 대본 받았을 때 흔쾌히 하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너무 어려운 거예요 1편이. 물론 덕춘도 있지만 해원맥도 지옥들을 소개해야 하는 대사들이 많거든요. 그게 사실은 관객을 향한 대사거든요. 감정 없이, 정당성 없이 할 수는 없는 건데 긴 설명들을 상대 배우한테 하면서 정당성을 갖고, 자연스러워야 하며 그걸 또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게 자신이 없더라고요. 2부가 배우 입장에서 드라마도 세고 해서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삼차사를 전면으로 내세워서 나아가는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그걸 같이 찍어야 하니까….”

주지훈의 말처럼 ‘신과함께’는 한국 최초로 영화의 1,2부를 동시 제작했다. 유기적 연결고리를 가지고 이어지는 1,2부의 이야기와 영화의 배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김용화 감독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영화 한 편의 간극을 오가며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에게는 감정선을 잡기가 쉽지 않았을 터. 특히 액션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던 주지훈은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고 밝혔다.

“준비하는 과정도 어려웠고, 1,2부를 함께 찍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특히 액션을 찍을 때는 상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해요. 아무리 가짜라도 플라스틱이거든요. 자칫하면 상처를 입힐 수 있으니 그런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어요. 식은땀이 줄줄 나고 어떤 때는 저온 화상 같은 게 전신에 퍼져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싫지 않았다.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들 덕이었다.

“그런 고충들이 있었는데도 재밌는 건 힘들다고 기억되진 않았다는 점이에요. 모든 상황들이 되게 즐거웠어요. 이 큰 프로젝트에서 저는 정말 김용화 감독과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서로 이렇게 신뢰하지 않았으면 할 수가 없었을 거예요. 한 번도 그 누구도 부딪힌 적이 없어요. 즐겁게 촬영 끝나고도 거의 매일 봤어요. 정말 너무 좋았어요.”

완벽한 팀워크 중심에는 김용화 감독이 있었다. 그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11개월간의 대장정이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주지훈도 김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처음 봤을 때 ‘정말 이렇게까지 부드럽고 겸손한 사람이 있나?’라고 생각했어요. 이미 성공한 감독이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 굉장히 신선했어요. 배운 게 정말 많아요.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이고 되게 어려운 일을 쉽게 해내는 사람이에요. 어려움을 다 느끼면서 되게 긍정적으로 풀어가는 사람이라서 감독이 아닌 김용화라는 선배한테 배운 게 참 많아요.”

2002년 모델로 데뷔한 주지훈은 2003년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궁’(2006), ‘마왕’(2007), ‘다섯 손가락’(2012), ‘가면’(2015) 등과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키친’(2009),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좋은 친구들’(2014), ‘간신’(2015), ‘아수라’(2016), ‘신과함께-죄와벌’(2017)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주지훈은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쌓고 있다. ‘궁’에서 고독한 황태자 매력을 발산했던 그는 ‘마왕’에서 형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나서는 변호사 오승하로 분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좋은 친구들’과 ‘간신’에서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선보였고 ‘아수라’에서는 의리와 야심을 넘나드는 야누스적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며 한층 농익은 연기를 펼쳤다.

“(데뷔 초에는)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과 제작팀, 감독들이 원하는 모습이 비슷했어요. 제 입장에서는 다른 감정선이나 다른 것들을 해보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좋은 친구들’이 어떤 저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작품이었죠. 그걸 기점으로 해서 여러 가지 장르의 작품들을 하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1일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관객과 만난 그는 오는 8일 ‘공작’ 개봉도 앞두고 있다. 굵직한 작품에 연이에 출연하며 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주지훈은 “한국 영화가 발전해야 한다”라며 두 작품 모두 흥행을 기원했다.

“다들 경쟁이라고 하는데 서로 윈윈(win-win)하는 게 좋아요. 한국 영화가 모두 기본 이상의 사랑을 받아야 더 좋은 한국 영화도 만들고 관객들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환경이잖아요. 우리 작품은 잘되고 남의 것은 망해라? 이런 거는 되게 바보 같은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