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드루킹이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두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접근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드루킹 김모 씨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접근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신이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경인선(경제도사람이먼저다) 등을 통해 접촉면을 넓히려 했던 것. 실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 1월 13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에서 해당 모임에 참석해 강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폭력 혐의가 불거지기 전이다.

드루킹이 안희정 전 지사에게 접근한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재벌개혁 정책 추진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드루킹은 지난해 5월경 ‘소액주주 조직을 이용한 재벌개혁계획 보고’ 문건을 작성하며 “안희정 지사가 재벌개혁안의 정치적 보증인이 되어 준다면 문재인 정권은 정치적 개입의 부담을 덜 수 있고, 안희정 지사는 재벌개혁의 성과를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취할 수 있으므로 차기에 유리한 입지를 다지게 된다”고 적었다.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뒀던 드루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조직적인 지원도 계획했었다. 문제의 강연이 이를 방증했다. 머니투데이에서 입수한 당시 강연회 질문지 중에는 “당권에 도전하게 될 경우 주류 당원층이라 할 수 있는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층을 잡아야한다고 보는데 그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안희정 지사가 내놓을 메시지를 저희와 함께 고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의향이 있는가. 저희는 안희정 지사를 돕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 두 번째 이유다.

일각에선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통한 인사청탁이 불발되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 청탁 대상을 교체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지 대상을 변경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인사를 거론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측도 “지난해 말 갑자기 드루킹 쪽에서 지지 선언을 해왔다”면서 영문도 모르고 강연을 다녀온 이후엔 “어떤 형태의 접촉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이유는 전당대회 개입이다. 드루킹은 지난해 11월 15일 국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를 만나 나눈 얘기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측근들에게 전달하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당대표 출마를 확답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바둑이는 몹시 초조한 상태다. 설득하는 역할이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강연 초청을 제안했다는 게 동아일보의 보도다. 

실제 청와대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당대표 출마를 권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강연에 초대하고 싶다고 해서 연결해 준적이 있다”면서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1일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열린 경남도정 4개년 계획 보고회에서도 “도민들께서 큰 걱정 안하셔도 된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곧 소환할 것 같은데 특검 조사가 도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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