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민주당 대표는 21대 총선 승리를 거둬 20대 대선 재집권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하지만 전당대회는 신선함이 떨어지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들은 줄줄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21대 총선을 이끌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부 사정이 좋지 않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한 김경수 경남지사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고 조폭 연루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출당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이후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모두 흠집을 입은 셈이다.

특검팀은 2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사무처 등을 대상으로 김 지사가 의원시절 사용하던 컴퓨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남 창원의 관사와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김 지사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특검의 강제수사에 대해 “특검은 제일 먼저 제가 요구했고, 그 어떤 조사든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수차에 걸쳐 밝힌 바 있다. 이제 갓 1개월 남짓된 도청 사무실과 비서실까지 왜 뒤져야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긴 어렵지만 필요하다니 당연히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과 이미 경찰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하고 밝혔던 사안들이 마치 새롭게 밝혀지고 확정된 사실처럼 일부 언론에 마구잡이로 보도되면서 조사 결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 일방적 흠집내기로 다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6·13 지방선거에서 험지로 분류됐던 경남지사에 당선되면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데다 부산·경남지역에 기반을 둔 인사는 언제나 민주당 대권주자로 거론돼왔었기 때문이다. 특히 안희정 전 지사가 ‘미투’(MeToo·성폭력 피해 고발운동) 파문으로 몰락했고 이재명 지사가 꾸준히 사생활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김 지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특검팀이 김 지사가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한 진술을 확보하고 강제수사까지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는 수사 결과와는 관계없이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 재집권 큰 그림 그려야 하는 당권경쟁은 ‘얼룩’

송영길·김진표·이해찬 후보가 경쟁하는 당 대표 선거는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차기 당 대표는 21대 총선 승리를 거둬 20대 대선 재집권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하지만 인천시장을 했던 4선 의원 송 후보, 경제부총리를 지낸 4선 의원 김 후보, 국무총리·당대표를 역임한 7선 의원인 이 후보 모두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모두 승리한 민주당이 ‘관리형 당 대표’로 안정적인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려는 분위기가 드러났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열기가 시들하다는 분석도 있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31일~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민주당 당대표 적합도 조사 결과, 이 후보가 26.4%로 1위, 김 후보가 19.1%로 2위, 송 후보가 17.5%로 3위를 기록했다. ‘없음’은 21.4%, ‘모름’은 15.6%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민주당 당원들의 표심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민주당 지지층(응답자 430명, ±4.7%p)만 놓고 봐도 이 후보 35.7%, 송 후보 17.3%, 김 후보 14.6% 순이었다. 이 후보가 다른 두 후보 지지율 합계(31.9%)보다 높았다. 다만 유보층(‘없음’과 ‘잘 모름’)이 32.4%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 이재명 지사와 관련한 의혹으로 각 후보들의 지지자 사이에서 흑색선전이 벌어지면서 가장 중요한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이 지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한번 맞춰 보실래요? 다음 중 최순실 은닉재산 몰수 특별법 발의에 동참하지 않고 완강히 거부한 사람은? 1. 김진표, 2. 송영길, 3. 이해찬”이라고 적어 김 후보를 공개적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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