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불리는 드루킹 김모 씨는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접근해 자신의 영향력을 끼치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드루킹은 미래 권력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접근한 정치인 모두 거물급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었다. 현 정권 실세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차기 유력 대선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사실상 지지 의사를 보냈다. 뿐만 아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도 손을 뻗었다. 일종의 투자였다. 차기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는 게 주변의 진술이었다. 드루킹은 야망가였다.

◇ 경제민주화·재벌개혁 구상 속 일본침몰 기다려

드루킹이 “노회찬 원내대표를 이용하고 버렸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 정부에서 노회찬 원내대표가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맡을 것으로 예언했으나, 자신의 예상과 빗나가자 가멸차게 등 돌렸다는 얘기다. 도리어 틀린 예언에 “명분을 쌓기 위해 공격한 것 같다”는 말이 나돌 만큼 노회찬 원내대표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는 게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에서 활동했던 전 회원의 설명이다. 경공모는 드루킹이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인터넷 카페다.

허익범 특별검사팀도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관계자는 “경공모는 경제민주화라는 핵심 목표를 추구했던 집단”이라면서 “국민연금을 경제민주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노회찬 원내대표에 접근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다른 주장도 제기돼 이목이 집중된다. 노회찬 의원을 통해 경공모 인맥을 국회에 입성시키려 했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의 출발점이다. 당시 노회찬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 입각할 것이라고 얘기가 나온 자체가 대단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대단한 발상’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을 인사 청탁한 배경에서도 나온다. 바로 일본 대침몰설이다. 경공모 전 회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드루킹은 침몰하는 일본 내 거주민들이 주변국으로 이주해야 하는데 “우리 조직 내에 있는 사람이 그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주 비용을 자금원으로 쓸 구상이었다. 정치권에 줄을 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한 드루킹은 김경수 경남지사를 타깃으로 삼았다. 정작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의 오사카 총영사 자리 요구를 알지 못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드루킹과 연루설에 전면 부인하고 있다. <뉴시스>

드루킹은 청탁이 거부되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고개를 돌린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조직적인 지원을 계획하기도 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측도 “지난해 말 갑자기 드루킹 쪽에서 지지 선언을 해왔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올초 경공모 강연을 다녀온 뒤 “어떤 형태의 접촉도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강연 이후 드루킹은 댓글조작 의혹으로 경찰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역시 성폭력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차기 대권 구도에서 멀어졌다.

당초 드루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통해 재벌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구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소액주주 조직을 이용한 재벌개혁계획 보고’ 문건에 따르면,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정치적 도움이 필요한데 그 적임자를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 명시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재벌개혁안의 정치적 보증인이 되어 준다면 문재인 정권은 정치적 개입의 부담을 덜 수 있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재벌개혁의 성과를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취할 수 있으므로 차기에 유리한 입지를 다지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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