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미 지도자들 사이 신뢰감이 형성됐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4.27 판문점 선언이 도출된 지 100일 째를 맞이했다. 그간 단절됐던 남북관계에 물꼬를 텄고, 북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의 첫 신호탄을 올린 역사적 회담으로 평가된다. 물론 그 사이 크고 작은 부침도 있었고, 지금도 종전선언을 두고 당사국 사이 이견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실적 위험이었던 군사적 긴장감이 해소됐다는 게 첫 성과로 꼽힌다. 지난해 연말까지 북한은 한 차례의 핵실험과 15차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에도 성과를 보이면서, 역내 군사적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을 전후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중지된 데 이어, 근원적 위협 제거를 위한 조치들이 시작되고 있다.

◇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군사적 긴장완화 합의 이행을 위해 양측은 2차례의 장성급 회담을 개최했고 동서해 군통신선 복구에 합의했다. 또한 판문점 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순차적 철수에 합의하고 시기 및 절차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화약고로 여겨졌던 서해 NLL은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해 평화수역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도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역대 최초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됐으며, 합의문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재확인’이 명기됐다. 7월 초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는 등 후속협상이 진행 중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데 이어, 북미 정상간 합의에 따라 미사일 엔진 시험장 해체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남북 간 교류협력도 크게 강화됐다. 체육회담을 통해 통일농구대회,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단일팀 구성, 2018년 아시안게임 남북공동참가 등이 결정됐다. 오는 8월 20일부터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행사가 개최되며, 이달 안에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가 개소될 예정이다. 철도·도로·삼림 분야에서는 공동연구조사 및 현장방문이 계획돼 있다.

4.27 판문점 선언 합의이행 내용 및 향후 추진계획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삼각 신뢰관계 형성

당면한 과제는 판문점 선언에 담긴 ‘올해 안 종전협정 체결’이다. ‘비핵화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미국과 ‘종전선언이 돼야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법적 구속력 최소화로 부담을 줄이는 대신 상징성을 담은 종전선언을 추진 중이다. 종전협정과 비핵화 이행에 따른 대북제재 유연화 없이는 추가적인 남북교류협력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판문점 선언을 시작으로 ‘한반도 항구적 평화구축’이라는 대세흐름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각국의 최고지도자들이 ‘탑-다운’ 방식으로 사안을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무단계에서 협의를 진행하다가 좌초돼 원점회귀를 반복했던 과거의 대북협상과는 분명히 다른 대목이다.

무엇보다 정상회담을 거치며 지도자들 사이 신뢰가 형성됐다는 점도 괄목할만한 성과다. 단계별 어려움이 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협상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정상회담이 성사돼 돌파구가 마련된 바 있다. 최근 북미 간 협상 교착국면에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 서신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기에 희망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싱가포르 렉쳐’의 강연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이 국제사회에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과거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북미 양 정상이 직접 만나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양 정상이 직접 국제사회에 약속했기 때문에 실무협상에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정상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며 “만약 국제사회 앞에서 정상들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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