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녹취록으로 또다시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부인과 조카 간 통화녹취록이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다는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 것. 형수욕설과 여배우 스캔들까지 녹취록으로 파문을 불러온 것만 벌써 세 번째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루머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루머가 나올 때마다 녹취록이 폭로됐다. 이번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다는 의혹과 함께 부인 김혜경 씨와 조카 이모 씨 간 통화 녹취록이 등장했다. 여기서 김씨의 발언은 주목할 만했다. “그동안 너희 아빠를 (작은 아빠가) 강제입원시키려는 걸 말렸다”는 대목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강제입원에 관여한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 깜짝 놀랄 만한 녹취록 더 있다

문제가 된 녹취록은 2012년 5월과 6월에 만들어졌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형 이재선 씨의 딸에게 부인 김씨가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격앙됐다. 특히 김씨는 이씨가 보낸 문자에 예의가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다툼의 원인이다. 하지만 문자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형제간 불화는 계속됐다. 지난해 11월 친형의 사망으로 더 이상 갈등이 없을 줄 알았지만 유족의 원망이 깊었다. 녹취록이 공개된 이유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다시 한 번 입장문을 냈다. 부인 김씨가 말한 강제입원은 “정신보건법에 의거한 정신질환 진단을 의미한 것”으로 “당시 정신보건법 제25조 제3항에 따라 지자체장으로서 강제입원 권한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는 것. “루머는 이미 오래전부터 흠집내기 위해 제기됐던 ‘해묵은 음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친형의 강제입원에 대해 부인(형수)과 딸(조카)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바른미래당 성남 적폐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영하 변호사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했던 것은 어머니와 형제들이라고 얘기했으나, 이미 이전부터 강제입원 움직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의견서 및 정신건강치료의뢰서 등이 그 증거다. 녹음파일도 있다. 그는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40~50개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고발한 바른미래당 측은 녹취록을 근거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추가적으로 녹취록을 공개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녹취록으로 곤혹을 겪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형수와 말다툼한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뒷말을 산 바 있다. 특히 해당 녹취록은 ‘형수 욕설 파일’로 불리며 인성 논란의 불씨가 됐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는 공식 사과를 전하면서도 다툼 배경을 형님 부부의 패륜으로 꼬집으며 “일부가 편집돼 왜곡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모친과 형제들이 기자회견까지 자처했으나 이재명 경기지사의 만류로 취소됐다.

뿐만 아니다.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에서도 녹취록이 발목을 잡았다. 스캔들의 주인공인 김부선 씨에게 주진우 기자가 사과문을 대신 써주며 추문을 덮으려한 정황이 녹취록에 담겨 있었던 것. 주진우 기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달 25일 경찰에 출석해 “(사과문을) 대신 써주거나 코치한 것과는 좀 상황이 다르다. 경찰 조사에서 말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김부선 씨는 갈비뼈 부상으로 경찰 출석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은 각 사건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불리한 국면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연거푸 논란을 불러온데 여론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일례가 성남시민 김사랑 씨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사건이다. 성남시 산하재단을 통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성남경찰로부터 강제납치돼 정신병원에 감금됐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물론 이재명 경기지사는 부인하고 있다. 사실 확인이 안 된 사건임에도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오버랩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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