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최근 동전 발행액은 줄고, 환수액은 늘어났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생활 속에서 동전 찾아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더 이상 동전만으로 살 수 있는 물건도 거의 없거니와, 50원, 10원짜리 동전은 가게에서 잘 받아주지도 않는다. 그나마 대접이 나은 500원화와 100원화 역시 효용성에 비해 소지가 불편하다는 단점만 부각되고 있다.

◇ 500원화 환수, 작년 급증

동전 환수액의 규모를 결정짓는 요인에 대해선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경기 동향과의 상관관계에서 그 원인을 찾는 가설은 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동전 환수액이 늘어난다는 내용이다. 가계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 평소엔 잘 눈여겨보지 않던 동전 몇 푼도 알뜰히 사용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1998년은 동전이 유래 없이 많이 환수된 해로 손꼽힌다. 당시 500원화가 643억6,300만원어치, 100원화가 390억6,300만원어치 환수되면서 발행액보다 680억원 가량 많은 동전이 한국은행으로 돌아왔다. 경제성장률이 2.8%에 그쳤던 2003년(2002년 경제성장률 7.4%)에도 500원화와 100원화는 각각 309억4,500만원어치와 153억9,800만원어치가 환수돼 평년보다 유난히 많았다.

최근 동전 유통의 동향도 이와 유사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자료에 따르면 17년의 500원화 환수액은 177억3,300만원으로 16년 61억2,300만원의 2.9배에 달한다. 단일년도 기준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환수액이기도 하다. 한편 올해 2분기의 500원화 환수액은 54억3,200만원으로 2009년 1분기 이후 단일분기 기준 가장 많은 액수다.

◇ 떨어진 동전의 몸값… 2년 사이 발행액 급감

한국은행은 지난 2003년 경기와 동전 수요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민간소비가 1%p 증가하면 주화발행 잔액은 0.475%p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가 호조를 보일수록 시장에 유통되는 동전의 양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특히 고액면 주화(500원화 등)가 저액면 주화보다 경기에 대한 탄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조사에 이용된 자료가 너무 오래된 터라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발행액이 급감했다. 2015년 667억1,300만원어치였던 500원화의 발행액은 17년엔 314억1,40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관련 통계가 남아있는 1992년 이후로 동전 발행액이 급감한 것은 1998년과 2003년, 2008년 등 경제위기상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17년은 오히려 예년에 비해 경기가 회복된 해로 분류되며, 민간소비지출 증가율 역시 1.8%로 2011~15년 평균(1.4%)보다 높았다.

동전 발행액이 줄어든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원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다른 상품들과 달리, 동전은 종류에 따라 생산단가가 본래 가치보다 더 높은 경우도 있다. 10원짜리 동전의 경우 하나를 제조하는데 약 30원이 소모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가도 비쌀뿐더러 잘 유통되지도 않는 동전의 발행액을 줄이고, 이미 발행된 동전에 대한 환수율을 높이는 것이 더 경제적인 방법이다. 더구나 십여 년 전보다 훨씬 대중화된 전자결제·모바일결제와 온라인쇼핑이 화폐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역시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7년 4월부터 ‘동전 없는 사회’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며, 같은 해 6월까지 일평균 약 650만원을 적립했다. 올해 5월 중에는 범국민 동전교환운동을 통해 346억원 상당의 동전을 은행권으로 교환하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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