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유모차부터 아기띠, 바운서, 카시트 등 갖춰야할 육아용품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8월의 첫 ‘육아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 딸도 생애 첫 8월을 살고 있네요. 얼마 전 생후 9주를 전후로 찾아온다는 두 번째 ‘폭풍의 시기’를 비교적 잘 넘긴 제 딸은 요즘 부쩍 많이 컸습니다. 특히 웃거나 소리 내는 일이 많아졌는데요. 퇴근 후 아빠를 보며 씽긋 웃어주는 모습을 보면 폭염도 잊곤 합니다.

그동안은 주로 제도나 정책과 이어지는 주제를 다뤘었는데, 오늘은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육아용품과 공유경제입니다.

흔히 육아에 많은 돈이 든다고 하죠.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우선, 사야할 것이 정말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물론이구요, 육아를 한결 수월하게 도와주는 아이템들이 늘어나면서 ‘필수템’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덩달아 고가의 육아용품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출산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이기도 하죠. 태어나는 아기가 적다보니, 더 좋은 걸 해주려는 세태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 육아용품 업체들은 손주나 조카를 둔 친척이나 엄마아빠의 친구 등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때문에 고가의 육아용품을 다양하게 구비할 경우 정말 수백만원이 순식간에 들어가게 됩니다.

다만,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도 여러 가지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법인 ‘물려받기’가 있고, 중고거래도 활성화돼있는 편이며, 일정 기간 동안 대여해주는 업체도 꽤 운영되고 있죠.

각종 육아용품 박람회 역시 비교적 저렴하게 육아용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뉴시스>

제가 직접 느낀 점이자, 많은 부모 분들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육아용품의 특징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용기간이 짧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반해 ▲비싸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육아용품도 있지만요.

먼저, 옷을 예로 들어볼까요. 기본적으로 아기 옷은 꽤 많이 필요합니다. 토를 하는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옷 갈아입힐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크고, 우리나라엔 사계절이 있습니다. 기껏 사놓고 사이즈가 안 맞거나 계절이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기의 호불호도 중대변수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운서’인데요. 아기에게 잘 맞으면 최고의 ‘육아템’이 되지만, 바운서를 싫어하거나 특정 바운서를 거부하는 아기들이 많습니다. 유모차, 카시트 등도 마찬가지구요.

저희 같은 경우, 우선 옷은 물려받기와 중고거래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꼭 입히고 싶은 옷 몇 벌은 구입했지만, 일상적으로 편하게 입힐 옷은 물려받거나 중고거래로 마련했죠. 대신, 옷을 넉넉히 준비했습니다. 중고거래의 경우 비슷한 사이즈의 옷을 여러 벌 판매하는 분을 통해 일괄로 구입했고요. 지금도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입히고 싶어 사놓은 바르셀로나 유니폼입니다. 아직도 한참 크네요.

바운서도 중고거래로 구입했는데요. 정가로 약 10만원 정도 하는 것을 단돈 3만원에, 그것도 새거나 다름없는 것으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에게 판 분께선 “아기가 이것만 타면 자지러지게 운다”고 하셨고요. 막상 저희 아기도 아직까지 이 바운서를 즐기진 않습니다. 행여나 정가를 주고 구입했다면 속이 꽤 쓰렸을 텐데, 중고거래로 사서 뭔가 이득을 본 기분입니다.

반면, 아기띠의 경우 첫 번째 ‘폭풍의 시기’를 겪으면서 충동구매를 하고 말았는데요. 물론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거라 생각합니다만, 지금까진 다소 후회가 남습니다. 아기띠 역시 부모의 체형이나 아기의 호불호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돌이켜보면 중고거래 등으로 직접 체험해본 뒤 결정할 걸 그랬습니다.

육아용품의 이러한 특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공유경제’에 아주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용품으로 인해 각 개인이 느끼는 부담을 공유경제를 통해 함께 줄일 수 있는 거죠.

사실 육아용품엔 이미 공유경제의 개념이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 말고도 정말 많은 분들이 중고거래를 이용하고 있고, 육아용품이나 장난감 등을 대여해주는 업체도 꽤 많습니다.

다만, 각각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중고거래의 경우 아무래도 사기에 대한 우려나 각종 불편함이 있습니다. 특히 육아용품은 주로 육아로 바쁜 분들이 거래를 하기 때문에 직거래는 물론 택배를 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물건 상태 및 가격에 대한 시각차나 육아용품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위생문제 등도 빼놓을 수 없고요.

대여업체의 경우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이 다른 관점에서 봤을 때 뚜렷한 한계입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장난감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좀 더 확대한다면 육아용품 전반에 공유경제를 구축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중랑구 제공>

만약 국가가 조금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면, 육아용품 부문에서 공유경제의 개념을 확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각종 문제 및 불편을 해소한 육아용품 전용 중고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주요 육아용품에 대한 대여사업도 진행하는 거죠. 원활한 관리로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줌과 동시에 비영리사업으로 운영해 비용부담까지 줄여주는 겁니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각 지자체 단위로 운영하거나 사회적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여기에 대기업 등 민간차원의 지원까지 더해지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습니다. 지금의 기술력과 인프라로 곧장 실행에 옮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입되는 비용 대비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선 이미 비슷한 서비스가 좋은 반응 속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시 중랑구는 장난감대여센터 세 곳을 운영 중인데요. 이곳에선 각종 장난감 대여와 함께 유모차 등의 대여 서비스도 함께 제공 중입니다. 연회비 1만원이면 1회당 장난감 2개까지(2자녀 이상 가구는 3개) 2주간 대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배달 및 회수 서비스도 제공되고요.

특히 최근 문을 연 3호점의 경우 SH공사로부터 도시형생활주택 내 유휴공간을 무상임대 받았고, 서울시 주민참여예산도 투입됐는데요. 민간영역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공적영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제안을 더 하자면, 육아용품 대여사업의 경우 ‘공유경제용 제품’을 별도로 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서울시가 운영 중인 ‘따릉이’ 자전거처럼, 공유경제용 유모차와 카시트 등을 별도로 제작해 저렴하게 대여해주는 거죠. 지난겨울 큰 인기를 끌었던 ‘평창롱패딩’와 같이 기본에 충실하고 가성비가 뛰어나다면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소위 ‘명품 유모차’에 의한 사회적 위화감을 줄이고, 개인의 부담은 물론 사회적 비용도 함께 낮출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