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에 맥도날드 배달원들이 폭염수당 100원과 청바지 유니폼 교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맥도날드 배달원들이 장기화되는 폭염 대책의 일환으로 청바지 유니폼 교체와 폭염수당 100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맥도날드 배달원들의 폭염 대책 촉구는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맥도날드 측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등 사실상 여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기록한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한 배달원 박종원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받고 싶은 것은 100원이 아니라 노동자에 대한,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라고 밝혔다.

◇ 콜라에 ‘얼음팩’ 넣어주는 맥도날드, 배달원은?

지난 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3,329명이고, 이 가운데 39명이 숨졌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지난 5일에만 234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했고, 사망자도 1명 추가됐다.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1,103명으로 전체의 33.1%를 차지했다. 그러나 ▲10세 미만 19명 ▲10대 101명 ▲20대 276명 ▲30대 356명 ▲40대 475명 ▲50대 682명 등 다양한 연령대에서 고르게 환자들이 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기능 종사자와 농림어업 숙련노동자, 기계 조립 종사자 등이다. 또 실내보다는 논밭 등 야외 작업장에서 대거 환자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방영 중인 드라마 스태프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스태프는 지난달 25일부터 닷새 동안 야외에서 76시간 동안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온열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맥도날드 배달원들도 청바지 유니폼 교체와 폭염수당 100원 지급, 폭염특보 발효 시 특정 배달구역 제한 등의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맥도날드 배달원들은 안전을 위한 조치로 무릎보호대를 착용한 후 그 위로 청바지를 입어야 한다. 그러나 폭염 시 통풍도 되지 않는 청바지 복장은 배달원들에게 가혹하다는 지적이 매년 제기돼 왔다.

맥도날드 배달원 박씨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배달원들은 폭염 시 더욱 늘어나는 주문 때문에 매일 달궈진 아스팔트를 달려야 한다. 통풍도 되지 않는 청바지 때문에 더욱 힘들다”면서 “우천시 수당 100원이 지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폭염, 혹한기, 미세먼지가 기승하는 날씨 또한 위험 가능한 작업환경인 만큼 수당을 지급하고, 휴식시간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씨의 1인 시위가 관심을 받으면서 배달전문 업체 ‘배달의민족’은 이달 3일 배달 건수마다 300원의 추가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 폭염수당은 폭염이라고 판단될 시 주문을 하는 고객들과 함께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맥도날드 측은 현재까지도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폭염수당과 청바지 교체 등과 관련해서 현재로선 변동사항이 없다”면서 “다만 청바지는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라이더분들이) 양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전체 직원의 80%가량을 기간제 또는 아르바이트 등 단기간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 <뉴시스>

◇ 잠잠한 날 없는 맥도날드

맥도날드 측과 아르바이트 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는 맥도날드 측의 알바비 ‘꺾기’를 폭로한 한 아르바이트생이 해고를 당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알바비 꺾기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조기 퇴근시키거나 늦게 출근시키는 부당노동행위를 말한다. 당시 맥도날드 측은 계약기간(1년) 만료라고 해명했지만, 해고자 측은 근로계약서에 근로기간에 대한 명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알바노조는 서울 지역 맥도날드 매장 2곳에서 대규모 점거시위를 열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알바비 꺾기에 대한 당국의 규제도 강화됐다.

한편 맥도날드는 소수의 정규직 사원이 최저임금을 받은 아르바이트생들을 지휘·통솔하는 시스템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다 보니 고용불안도 상시적인 상황이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한국맥도날드의 전체 직원수는 1만8,441명으로, 이중 기간제 근로자가 78.4%(1만4,464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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