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으로 발목이 잡혔다. 비망록에는 약 23억원이 뇌물로 전달된 정황이 적혀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공개됐다. 바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이다. MB 일가가 그에게 23억원 가까이 건네받은 정황이 적혀있는 것.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비망록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그날그날 적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보일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망록은 MB의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부터 그해 5월까지 인사 청탁과 금품 전달에 관한 일지가 기록돼 있다. 당선인 신분이던 MB를 통의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팔성 전 회장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을 얘기했다. 당시 MB가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는 게 이팔성 전 회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MB는 취임 뒤 다른 사람을 내정했다. 이후 이팔성 전 회장은 유명 디자이너를 삼청동 공관에 데려와 MB의 정장을 맞춰주기까지 했으나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그는 MB를 원망했다. 비망록에는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외 이팔성 전 회장은 MB의 맏사위 이상주 변호사와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기록을 메모했다. 특히 이상주 변호사에게 배신감을 토로하며 “정말 어처구니없는 친구다. 내가 준 8억원 청구 소송할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MB는 이날 수척해진 모습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지난달 30일 당뇨와 수면무호흡증 증세로 입원했던 그는 추가 검진 이후 5일 만인 지난 3일 서울동부구치소로 돌아갔다. 법무부는 MB의 최종 진단 결과, 구치소 내부 진료로도 수감 생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돼 퇴원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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