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9·2 전당대회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8일 “우리 정치의 새판짜기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9·2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손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이 바른미래당 당 대표가 됐을 때 또 다른 협치의 대상인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는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 김병준 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반응만 보였다.

손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현 정부는 위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민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낡은 교조적 이데올로기에 묶여 있다”라며 “대통령 지지율의 저하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도 이제 협치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며 “정부 초기부터 저는 계속 주장해왔다. 협치는 야당에 일방적인 협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줄 것을 주고, 그다음 받을 것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 자리 한 두 개를 시혜적으로 주고 일방적인 협조를 구하는 것은 결코 협치가 될 수 없다”라면서 “국가 정책의 중요한 과제에 대해서 야당과 타협을 하고 제도적으로 합의를 한 후에야 장관 자리 교섭이 가능하다”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기반의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손 전 위원장의 이날 출마 선언을 종합하면 우선 당내 통합을 이루고 정부·여당으로부터 협치를 끌어낸 뒤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후 당의 노선을 ‘중도개혁통합정당’으로 재정립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 21대 총선에서 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는 그림을 그린 셈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장 내년 야권 중심의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들이 제기된다. 21대 총선은 2020년이지만 정계개편은 그보다 앞서 이뤄진다는 것인데, 손 위원장의 계획이 약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질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30일 비정규직 사무처 당직자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내년쯤 가면 야권 재편이 반드시 일어난다. 우리 바른미래당이 그때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내년 정계개편’을 예고하기도 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여당은 물론 제1야당인 한국당의 공조도 필요한 부분이다. 이 외에도 민생 부분을 비롯한 각종 법안을 처리할 때에 바른미래당은 때로는 민주당, 때로는 한국당과 공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9·2 전당대회 ‘대세론’의 주역인 손 전 위원장은 이날 한국당과의 차별화에만 집중하거나 무심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이 ‘손학규 체제’로 전환되면, 정부·여당과의 ‘협치’는 강조하되 한국당은 ‘패싱’하는, ‘범여권’ 노선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손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른미래당이 한국당과 범보수로 묶이는데 차별화 전략이 있나’라는 질문에 “아직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덧붙였다.

당 대표가 됐을 때 한국당과는 어떤 관계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선 “앞으로 바른미래당을 제대로 세우고 나서”라고 했으며, 정계개편과 관련해서도 “통합을 말할 때가 아니다. 바른미래당이 씨앗을 뿌리고 그 뿌리를 내린 뒤 정계개편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쟁점화한 ‘국가주의’에 대해서는 “(국가주의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무관심한 듯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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