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9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9일 ‘30대 기수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9·2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아울러 ‘세대 교체’를 강조하며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하태경 의원 등 기존 정치인들을 향해 날 선 비판도 쏟아냈다.

‘안심(安心·안철수지지)’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안심’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 이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가 깨버린 편견처럼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면 대한민국 젊은 정치의 족쇄가 풀린다”라며 “30대 당 대표로서 기득권을 깨고 정당개혁을 통해 당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겠다”라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7년째 정치권 안팎에서 윗세대가 강조하는 경험과 경륜을 쌓아 봤지만 앞으로 쌓고 싶지 않은 경륜이, 하지 않았으면 좋을 경험이 많았다”라며 “공천 과정에서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는 모습들, 쥐꼬리만한 권력에 태도가 변하는 사람들, 내가 남을 밟아야만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여주는 모습이 경험이고 경륜이라면 저는 단 하나도 배우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들과 싸울 것이고 지금까지도 싸워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의 출마선언문들을 읽어봤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데 왜 전부 때를 밀겠다고 하는가”라며 “전당대회 치르면서도 알량한 당내 기득권 눈치를 보며 제대로 된 개혁안 하나 내지 못하는 나약한 분들이 어떻게 당을 살리는가”라고 기출마자들을 겨냥했다.

또한 구체적인 당 개혁 방안으로 ▲국회의원 포함 공직후보자 자질 검증을 위한 적성평가 ▲‘계파 줄서기’ 방지 차원에서의 비례대표 전원 토론 토너먼트 공천 ▲동원조직화된 여성·청년·장애인위원회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 바른미래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는 ‘대세론’이 일었던 손학규 전 위원장과 ‘현역 프리미엄’의 하태경 의원의 양자구도로 진행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듯 두 사람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전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을 보면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더불어민주당 얘기를 많이 한다”라며 “가진 게 있는 곳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바른미래당은 가진 게 없다. 저는 가진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당의 ‘화학적 결합’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은 6·13 지방선거 국면에서 공천갈등을 일으킨 자들에게 있다”라며 “공천갈등을 일으킨 사람들이 한마디 사과를 하지 않는 미래 있는 정당이 있나. 꼭 당 대표가 돼서 책임을 묻겠다”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는 6.13 지선 참패 요인 중 하나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에서 일어났던 두 차례의 전략공천 파동을 지목하고 있다. 이를 놓고 ‘안철수 대 유승민’의 계파갈등으로, 혹은 ‘안철수계가 원칙을 무시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1차 공천파동 지역인 노원병에서는 이 전 위원장이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안철수 전 대표가 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전략공천 하려면서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안 전 대표가 이 전 위원장에게 후보사퇴를 부탁하기도 했다.

논란 끝에 김 교수가 자진사퇴했지만, 이 전 위원장은 이 일로 지방선거 이후 안 전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안 전 대표에 대한 공개사과를 하고 즉시 당을 사퇴하라”라는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이 ‘안심’에서 가장 멀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2차 공천파동 지역인 송파을에서는 박종진 전 후보가 당내 경선까지 거쳤는데 안 전 대표가 손 전 위원장 전략공천을 강행하면서 발생했다. 특히 손 전 위원장이 ‘불출마→출마→불출마’로 입장을 뒤집으면서 내홍이 극심해졌다. 결국 손 전 위원장이 ‘불출마’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당 이미지에 큰 상처를 남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6월 5일 서울 노원구 집중유세에서 이준석 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노원병 후보와 만나고 있다. <미래캠프 제공>

이 전 위원장이 이날 공천문제를 거론한 것도 당사자 격인 손 전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손 전 위원장의 강점으로 거론되는 ‘경륜’과 ‘정치 경험’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이 나이드신 분들을 경륜경험이란 이유로 뽑았다는데, 그분들의 경륜이라는 것이 ‘합종연횡’이고 경험은 국민을 절망에 빠트린 경험일 것”이라고 우회 비판했다.

그는 바른정당 표심을 놓고 경쟁할 하태경 의원에 대해서도 “하 의원의 북한정치에 대한 전문성은 배우겠다는 취지지만, 오락가락하는 외교안보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저는 지금까지 제가 드러냈던 대로 보수 정체성을 가지고 임할 것이고 어쭙잖게 표를 구걸하겠다는 생각으로 제 신념을 버릴 생각이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가장 먼저 출마의사를 밝혔음에도 후보등록 마지막 날까지 공식 출마선언을 늦춘 것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정당개혁에 진정성이 있는 후보가 있는지 보고 연대하거나 함께 고민할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 전혀 그런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 타협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강제로 세대교체를 시켜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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