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명 신임 SR 사장이 지난 3일 취임식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레일과 SR의 통합론이 하반기 들어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기로에 놓인 SR에 권태명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코레일 출신인 그가 SR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게 될지, 코레일과 SR의 통합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주목된다.

권태명 신임 SR 사장은 지난 3일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취임했다. SR은 이승호 전 사장이 지난 5월 사의를 표명하면서 수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처럼 이승호 전 사장에서 권태명 신임 사장으로 수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모두 코레일-SR 통합과 관련된 논란이었다.

먼저, 이승호 전 사장의 사의표명을 두고선 통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SR 사장으로 취임한 이승호 전 사장은 대표적인 통합 반대론자였다.

후임 인선 과정에서도 같은 맥락의 논란이 일었다. SR의 대주주로서 사장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코레일은 권태명 신임 사장과 유재영 전 코레일 부사장을 후임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모두 코레일 출신이라는 점에서 역시 통합의 사전 작업이란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공석인 상임이사 두 자리 또한 코레일 출신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권태명 사장은 취임식에서 통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철도산업 발전과 국민편의 증진이라는 소임을 다하겠다”는 등의 취임 일성은 말 속에 뼈가 있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통합 논란을 의식한 듯한 행보는 취임식 이후에도 이어졌다.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노조 사무실을 찾아 주요 관계자들을 만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권태명 사장은 “통합과 관련해 동요하지 말고 업무에 충실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SR 내부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신임 사장을 환영하기보단 경계하는 분위기가 짙다. 그도 그럴 것이 권태명 사장에겐 SR을 삼키러 온 ‘정복자’ 또는 ‘트로이목마’라는 이미지가 씌워져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SR 구성원들 입장에선 결코 반가울 수 없는 존재다.

이 같은 불편한 동거는 향후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면, 권태명 사장과 SR 구성원들 사이에 의견 차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코레일 출신인 권태명 신임 사장은 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국토교통부나 코레일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 하지만 동시에 SR의 대표로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결국 SR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러기엔 남은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코레일-SR 통합과 관련된 국토교통부의 평가용역 결과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통합을 둘러싼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 특히 어느 쪽으로든 최종 결정을 내려야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 및 갈등도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기로에 선 SR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권태명 사장이 통합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어떤 리더십 및 행보를 보여주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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