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특검팀의 두 번째 소환조사를 마친 뒤 “특검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모든 방법으로 조사에 협조하고 충실하게 소명했다”면서 기존의 입장에서 “전혀 바뀐 것이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한사람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댓글조작 사건의 시발점이 된 2016년 11월 9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드루킹은 댓글조작에 사용된 ‘킹크랩’의 시연을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보여준 뒤 운용 승인을 받았다고 진술한 반면 김경수 경남지사는 당일 출판사에서 드루킹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킹크랩 시연을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물적 증거는 없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두 사람의 대면조사에서 진실을 확인했을까.

특검팀의 수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10일 두 번째 소환 조사를 마친 뒤 “특검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모든 방법으로 조사에 협조하고 충실하게 소명했다”면서 기존의 입장에서 “전혀 바뀐 것이 없다”고 밝혔다. 도리어 특검팀에게 공을 돌렸다. “이제 특검이 정치적 고려 없이 진실에 입각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답을 내놓을 차례”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말을 아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드루킹의 관계성에 의혹이 제기될만한 추가 정황을 확보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기사 작업 8만건, 안철수 홍보전략 정보보고 

동아일보에 따르면, 드루킹과 김경수 경남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모 씨의 텔레그램 대화 기록에서 ‘일일보고’가 언급됐다. 드루킹이 한씨에게 비밀대화를 삭제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불만을 표시하며 “지난 1년5개월간 의원님께 일일보고 해드렸던 기사 작업 내용은 모두 8만건”이라고 밝힌 것. 이를 빌미로 “꼬리 자를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드루킹이 말한 ‘기사 작업’을 댓글 조작으로 해석했다. ‘1년5개월’ 전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느릅나무 출판사를 처음 방문한 시점(2016년 9월)으로 판단했다.

드루킹도 해당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조사에서 한씨에게 관련 메시지를 보낼 당시(올해 2월) 김경수 경남지사와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놓고 갈등을 겪던 중이었다고 진술했다. 드루킹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자신의 측근 아보카(도모 변호사)를 추천했으나 거절당했다. 앞서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의 추천인사 경력을 보고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에서 정무적 경험이나 외교 경력이 있어야 한다며 어렵다는 뜻을 밝히자 그때부터 드루킹이 반협박성 불만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김모 씨가 김경수 경남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모 씨에게 ‘기사 작업’ 8만건을 빌미로 “꼬리 자를 수준이 아니”라고 밝힌 것과 관련 뒷말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드루킹이 한씨에게 밝힌 8만건의 기사 작업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또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측에서 작성한 안철수 후보의 홍보전략 문건이 수면 위로 올랐다. 해당 문건은 ‘대선관련 정보보고’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4월 3일 작성돼 한씨에게 전달됐다는 게 동아일보의 보도다. 문건의 내용은 동영상 제작 전문업체 대표 A씨가 안철수 후보 측 캠페인팀장에게서 전해들은 뒤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측에 제보해 드루킹이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문건이 사실이라면 드루킹은 단순한 지지자를 넘어 특수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문건이 실제로 김경수 경남지사와 문재인 캠프 측에 전달됐느냐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A씨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현 상황으로 볼 때, 사실 여부를 떠나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불리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특검팀의 신병 처리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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