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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이 인권이다③] “개 식용 강행금지, 오히려 역효과”
강원도 평창에서 한우 300여 마리를 방목해 키우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동물권을 법에 ‘명문’으로 규정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독일과 스위스가 유일하다. 특히 독일의 경우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으로서 동물의 보호 필요성을 규정하고 있다. ‘물건’의 지위에서 벗어나 권리의 주체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 보호해야할 대상으로서 ‘물건’ 이상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헌법상 지위를 인정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예를 들어 소유자에 의한 동물학대가 발생했을 때, 독일의 법체계에서는 격리와 구호 조치가 가능하다. 소유자가 헌법상 재산권 혹은 자유권을 기초로 반환을 요구하더라도 ‘동물권’으로서 법적 다툼을 해볼 수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동물보호법’상 보호조치가 가능하지만 헌법상 동물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헌법상 권리다툼이 있었을 때 소유자의 반환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헌법 개정 요구가 컸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도 ‘동물권’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7대 국회부터 동물권을 헌법에 규정하는 내용의 논의가 꾸준히 이어졌다. 구제역·AI·살충제계란 사태 등을 거치며 지금은 동물권과 동물복지를 인정하는 것에 대한 반감은 거의 없다고 한다.

◇ ‘보호대상’과 ‘식용’의 간극

동물이 생명으로서 보호대상임은 분명하나, 한편으로는 육류 제공이라는 ‘산업적’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전통적으로는 동물을 ‘산업적’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론이었다. 따라서 동물권의 논의는 산업적 진흥과 인도적 보호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출발점은 1965년 브람벨 리포트에 수록된 이른바 ‘5대 자유’ 지침이다. ▲허기와 갈증에서의 자유(영양제공)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쉼터제공) ▲통증, 상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의료제공) ▲정상적인 행동을 나타낼 자유(충분한 사육공간)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도축방식) 등이다. 산업적으로 사육하더라도 최소한의 환경과 의료지원을 갖춰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문제는 동물권을 강조해 규제를 강화할 경우, 농가의 생산성에 타격이 된다는 점이다. 가축 당 사육면적, 사육형태, 의료비용 등으로 육류 단가상승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AI와 구제역에 따른 피해액을 생각해보면, 동물복지를 강화해야할 산업적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직접 비용을 치러야 하는 개별 농가 입장에서는 결정이 쉽지 않다.

현행 동물복지 관련 지원제도를 살펴보면, 동물복지 농장 표시제와 시설전환 지원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나 한계가 분명하다. 농가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지원금도 사후지원이어서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에 기획재정부에서는 쌀 재배농가에 지급하는 ‘직불금’ 형태의 보상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선 지원금’ 제도 도입 필요성도 절감하고 있다.

사육과 도축 과정의 투명화를 전제로 개 식용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는 육견협회 <뉴시스>

◇ 개는 왜 소·돼지·닭과 구분해야 하나

동물권 논쟁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반려동물’의 식용가능 여부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개다. 소나 돼지처럼 사육과 도축이 투명하다는 전제 하에, 문화적 다양성의 측면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동물학대로 볼 것인지 의견이 대립한다. 개인의 자유권, 재산권 등을 이유로 식용에 찬성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시대적 변화와 개의 동물적 특성, 국제사회의 시선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있다.

현행 축산법에는 개는 소나 돼지 등과 마찬가지로 ‘가축’의 범주에 포함돼 있다. 그런데 도축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가축의 범위에 개가 빠져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개의 식용행위에 대해 국내법상 ‘금지조항’도 ‘제도화’ 근거도 없는 공백상태다. 다만 10일 청와대가 ‘개 식용 반대’ 청원에 대해 “축산법상 가축 범위에서 개를 제외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우회적으로 ‘식용 금지’를 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유럽 등의 국가는 개 식용문화가 없기 때문에 명문규정 자체가 없다. 대만과 홍콩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는데,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 허가 받지 않은 불법도축이 늘어나고, 금지로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생긴다. 태국은 개 식용금지 조항이 ‘사문화’된 상황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법률로 명시할 경우, 우리의 과거문화를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유제범 연구관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개와 고양이 식용은 동물을 학대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있다. 도살 때 고통을 준다거나 학대행위를 하는 것 등이다. 그런 것들을 못하도록 우회적으로 규제하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도시와 지역의 법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단순히 동물보호단체와 육견협회의 싸움으로 볼 게 아니라 국민적 법감정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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