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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이 인권이다②] 먹는 고기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동물권 단체들이 ‘지속 가능한 동물복지 축산정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는 동물복지 축산농가 인증제를 지난 2012년부터 시행했다. 사진은 동물복지 축산농가 인증을 획득한 농장(사진 왼쪽)과 일반 공장식 축산농가(사진 오른쪽) 비교한 것. (사진 제공 :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최영훈 기자] 동물권은 가축에게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동물권 단체들은 ‘지속 가능한 동물복지 축산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물권단체 CARE(케어)는 ▲감금틀 사육의 단계적 금지 ▲동물복지 축산농장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제 도입 ▲축산물 사육환경 표시제의 전면 도입 ▲동물복지 도축장과 인도적인 ‘운송’ 차량 전면 확대 ▲과도한 육식문화를 지양하고 건강 채식 문화 조성 등을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정부도 지난 2012년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도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란계·육계·돼지·육우·젖소·한우·오리 등 5종의 동물에 한해 인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축산농가 대비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극히 일부다. 10일 기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가는 172곳에 불과하다. 농업관측본부가 조사한 올해 6월 돼지 사육 마릿수는 1,130만 마리인 데 반해 10일 기준 동물복지 축산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는 3만4,123마리에 불과하다.

이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관리비용이 높은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 축산농가 협회 등에 따르면 동물복지형 전환 과정에서 별도의 농장 개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농장 내 사육 마릿수를 줄이면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청결한 시설 관리 차원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동물복지 축산농가, ‘수익성’ 이유로 도입 쉽지 않아

이처럼 동물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으나, 실제로 가축을 키우는 축산업계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로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전환하는데 들어가는 높은 비용 대비 수익성이 이를 따라가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동물복지형 농가의 경우 일반적으로 방사하는 방식으로 키운다. 그러려면 땅도 넓어야 하고, 위생 문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라며 “수익성의 불안정성 등 여러 문제로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인증 달걀은 10알 기준 4,000~6,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일반 계란보다 약 2~3배정도 비싼 셈이다.

그는 “그리고 동물복지 농가에서 키운 축산물의 소비자층이 있어도, 그렇게 두껍지 않다”라며 “유정란(卵)이나 방사란, 동물복지란 가격이 일반 계란보다 비싼데, 서민들이 이를 얼마나 찾겠나. 보통 10% 내외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이어 “산란계 쪽은 다른 분야에 비해 동물복지 인증을 가장 많이 받았음에도, 전체로 따지면 한 5~6% 수준”이라며 “가령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지거나, 동물복지란을 요구하는 층이 높아지면 수요도 늘고 동물복지 농가도 늘겠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도 양계 분야에서는 동물복지 농가가 다소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급 계란’ 마케팅을 잘하거나 유통망이 확보된 농가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판매량이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금도 동물복지 농가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문제는 동물복지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정작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높은 가격에도 지갑을 열겠느냐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5월 공개한 ‘동물복지인증 달걀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92%가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는데, 가격을 알게 된 이후에는 62.7%로 29.3%p 줄었다.

시장의 반응이 이러다 보니 일반 축산농가로서는 ‘동물복지 농가’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즉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수익이 보증되지 않으면 여기에 뛰어들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동물복지 농가라는 것이 말은 좋은데, 유럽에서도 많이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라며 “시장성이 좋으면 또 모르겠지만, 농가들도 고령화돼서 10~20년 뒤를 내다보기도 힘들어 급격한 투자를 할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 “동물복지는 가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배려”

이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동물복지 축산농가가 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동물복지가 늘어나면 품질 향상과 함께 폐사율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브루셀라, 소결핵병 등 주요 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한 7,472만여 마리에 달한다.

동물복지 양돈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는 “돼지들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서 폐사가 적어지고, 번식하는 모돈들이 스트레스도 덜 받아서 사육률이 높아진다”라며 “돼지들의 스트레스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실적인 비용 문제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 농가를 시작한 것에 대해 “당장보다는 미래를 보고 가는 것”이라며 “10년을 내다보고 하는 것이다. 20년을 넘게 돼지를 키웠는데, 돼지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고, 이것이 돼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럽에서 동물복지는 GNP가 4만 달러 수준에 올랐을 때 시작됐다. 그러다보니 유럽 소비자들은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생산자를 지켜주기 위해 윤리적인 소비를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아직은 싼 것을 찾지만, 언젠가 경제가 성장하면 유럽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훈 기자  choiyoungkr@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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