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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이 인권이다①] ‘행복한 고기’는 없다
2018. 08. 10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한국인에게 육식은 떼놓을 수 없는 삶의 방식이 되었다. 국내 돼지·닭·소고기 생산량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동물이 대접받는 나라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인권 수준이 높고 권리와 복지가 보장되어 있는 나라들이 동물권과 동물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상황은 우연이 아니다. 인권과 동물권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상관관계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281p>

한국인에게 육식은 떼놓을 수 없는 삶의 방식이 되었다. 국내 돼지·닭·소고기 생산량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18’ 연구보고서에서 2018년 돼지고기 생산량은 93만 톤, 닭고기 생산량은 60만8천 톤, 쇠고기 생산량은 23만4천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닭고기 생산량은 증가세가 지속돼 2022년이면 664만 톤, 2017년에는 686만 톤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수입축산물까지 합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육류 소비량은 연간 수십만 톤에 이른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2018년도 국내 소, 돼지, 닭고기 생산량 전망 <그래픽=이선민 기자>

이렇게 많은 양의 고기를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은 공장식 사육 방식 덕분이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와 육계(고기 용도의 닭)는 A4 용지 한 장 크기보다도 작은 면적에서 사육된다. 국내 사육 닭의 케이지 면적 기준은 산란계가 마리당 0.05㎡, 육계가 마리당 0.046㎡다. 육계의 경우 살을 급속하게 찌워 도살되기 때문에 더욱 비좁다. 몸집을 불리는 게 목적인 육계가 들어있는 계사 대부분은 창문도 없다.

소나 돼지도 대규모 밀집 사육의 형태로 길러진다. 돼지는 스스로 잠자리와 배변 장소를 구분하는 동물이지만, 빽빽한 축사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다른 돼지를 물 경우를 우려해 생후 3일 만에 송곳니가 뽑히기도 한다. 새끼를 낳는 어미 돼지는 가로 60㎝, 세로 210㎝ 크기의 철제 감금 틀인 ‘스톨’에서 인공수정-임신-출산을 반복한다. 생식능력을 잃은 돼지는 도축장으로 끌려가 고기가 된다.

공장식 사육은 구제역·AI(조류인플루엔자)·살충제 계란 파동을 낳았다. 스트레스를 받은 가축은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OECD는 ‘한국 가축질병 관리상 농업인 인센티브’ 보고서에서 “농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급격한 인구증가는 가축 사육의 밀집도를 높였다”며 “급격한 집약적 축산화가 최근 고병원성 가축질병 재발에 중요한 작용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길러진 가축들은 폭염 앞에서 무너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는 217만7,000마리(7월 25일 오전 9시 기준)로 집계됐다. 특히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대사열을 몸 밖으로 쉽게 내보내지 못하는 닭, 오리, 메추리 등 가금류와 돼지가 많이 폐사했다. 공장식 축산으로 기본 면역력이 약해진 데다 밀집된 축사의 온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길러진 가축들은 집단 폐사를 맞았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 “소·돼지·닭도 먹으니 개도 먹자고?”

‘가축’이지만 ‘도축’은 허용되지 않는 동물도 있다. 바로 개다. 개는 축산법에 의해 가축으로 규정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는 개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개를 식용으로 기르는 건 합법이지만 도축은 불법”이라는 모순을 만든다. 또 식용견을 생산하는 ‘개 농장’을 관리체계 밖으로 몰아내 더 큰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강아지 공장, 개 농장, 보호소 등을 취재한 르포인 하재영 작가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에 담긴 개 농장 실태는 참혹하다. ‘상해서 거품이 부글부글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사용하는 일이 부지기수인데다 동물을 사육할 때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분뇨배출시설도 거의 없다. 개 농장과 개 시장에서는 목을 매달아 죽이는 교살이나 전기로 감전시켜 죽이는 전살 방법으로 도살한다. 개 농장은 사료관리법, 가축분뇨법, 동물보호법 등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법체계 바깥에 방치된 채 존속하고 있다.

국회에는 축산법의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내용의 축산법 개정안(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과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돼있다. 개 농장에서 사용하는 ‘음식물 쓰레기 사료’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한정애 민주당 의원)도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대한육견협회, 환경부, 동물보호단체가 각각 집계한 국내 개농장 실태. <그래픽=이선민 기자>

국내에 분포한 개 농장은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지만, 가축분뇨처리시설 신고 의무가 있는 18평 이상 농장의 경우 파악이 가능하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환경부에 해당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국내 개 농장은 최소 2,862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육두수는 78만1,740마리다. 통계로 잡히지 않은 소형 개 농장을 고려하면 연간 100만 마리 이상의 개들이 식용 목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