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워커힐서 추모 행사… 각계 인사 500여명 참석

고 최종현 회장이 1986년 해외 유학을 앞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 SK그룹>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인재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오는 26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이 타계한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SK그룹은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각종 추모행사를 개최한다. SK는 이달 14일부터 주요 사업장에서 최 선대회장의 업적과 그룹의 성장사를 볼 수 있는 20주기 사진전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최 선대 회장은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를 ‘무자원 산유국’으로 만들고,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로 ICT 강국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폐암수술을 받은 고 최종현(왼쪽 두번째) 회장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SK그룹>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시절인 199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웠던 최종현 회장은 1998년 8월 26일 69세의 일기로 생을 마쳤다. 최 회장은 화장(火葬)이 드물었던 시절 “반드시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 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최 회장의 유언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8년 20%에 불과했던 화장률은 이듬해 30%를 넘는 등 매년 급증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유언에 따라 2010년 1월 충남 연기군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장례시설을 준공해 세종시에 기부했다.

최 회장은 평생을 인재양성에 힘썼다. 그는 사비로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 국내 청년들을 아무 조건 없이 유학 보냈다. 44년간 약 3,700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740명에 달하는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했다. 동양계 최초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심리학과),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교수 박홍근(화학과) 등 세계적 석학이 된 이들은 민간외교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 “운만으로 큰 사업 못해” 치밀한 준비로 꿈 실현

최 회장은 자본도 기술도 인재도 없던 1973년, ‘선경’(현 SK)을 세우고, 세계적인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섬유회사였던 SK가 원유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것. 많은 이들은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중동지역 왕실과의 석유 네트워크 구축 등 치밀한 준비 끝에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1983년부터는 해외유전 개발에 나섰다. 성공확률이 5%에 불과해 주변에서 만류도 했지만 최 회장은 이듬해인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이 무자원 산유국 대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후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하면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고 최종현 회장이 1981년 초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최종현 회장은 제 2차 석유파동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외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원유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 SK그룹>

최종현 회장은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반납했다. “준비한 기업은 언제든 기회가 온다”고 내부를 설득한 최 회장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주당 8만원 대이던 주식을 주당 33만5,000원에 인수했던 최 회장은 “이렇게 해야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면서 “회사 가치를 더 키워가면 된다”고 말했다.

◇ “10년을 내다봐라” 최태원 회장에게 이어진 경영철학

SK를 직물회사에서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성장시켰던 최 회장은 늘 10년을 내다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도 2011년 하이닉스 인수 등을 통해 반도체와 바이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직후 “하이닉스가 SK 식구가 된 것은 SK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1978년 최종현 회장이 ‘선경반도체’를 설립했다가 2차 오일쇼크로 사업을 접어야 했던 과거를 언급한 것이다.

벌거숭이였던 충주 인등산이 울창한 '인재의 숲'으로 변한 모습. 원안은 고 최종현 회장과 고 박계희 여사가 1977년 인등산에서 함께 나무를 심는 모습이다. < SK그룹>

한편 SK그룹은 최종현 회장 20주기를 맞아 최종현 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기리고 있다. 구성원의 기부금을 모아 숲 조성 사회적기업인 트리플래닛에 전달, 5만평 규모의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오는 14일부터는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20주기 사진전을 개최하고, 24일에는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경영철학을 재조명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항수 SK그룹 홍보팀장(전무)은 “최종현 회장의 혜안과 통찰, 실천력은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SK그룹은 앞으로도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추구해 존경받는 일등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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