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가장 큰 쟁점은 보험료율 인상 여부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국민연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년여 간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유야무야 넘어갔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특히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입하면서도 환급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불만이 크다.

◇ ‘부양비 악화’는 예고된 파멸

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 것은 1999년부터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00년의 노년부양비는 10.1이었다. 이는 당시 국민연금이 고령인구(65세 이상) 1명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가능인구(15~64세) 9.9명의 소득을 이용하는 구조였음을 의미한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국민연금의 수입·지출구조는 점점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작년 5월 발간한 ‘노인 부양부담의 증가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자 한 명을 부양하기 위한 노동인구의 수는 2015년에 5.10명이었다. 이 숫자는 2025년에 3.2명, 2050년에는 1.4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며, 부양비가 80.1까지 치솟는 2075년이 되면 근로자 1.24명이 노인 한 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통계청이 2016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역시 세부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함의를 담고 있다. 이 자료는 2045년엔 생산가능인구 1.52명이 노인 한 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한편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는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 정부, 보험료 인상 단행할까

결국 연금지급액을 줄이거나,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늦추거나, 혹은 생산가능인구가 보험료를 더 많이 내도록 제도를 개정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제도는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제도개선위원회와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는 오는 17일 국민연금 장기발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것은 가장 소극적인 방법이며, 가장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1988년 최초 도입 당시 70%였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999년에 60%로 낮아졌으며 2007년에 다시 50%로 떨어졌다. 2007년 개정안에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2028년에 40%가 될 때까지 매년 0.5%p씩 단계적으로 낮춘다는 조항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고령인구는 해외 동 연령대 인구에 비해 소득수준이 매우 낮으며, 소득불평등도 심각하다. 소득대체율을 다시 낮출 경우 연금제도의 본래목적인 사회보장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를 올리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본래 연금수령 기준나이를 올리는 방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매우 높았다. 정년연령과 연금수급연령 사이에 공백기를 만들어 고령인구가 은퇴시기를 늦추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노동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정년연장 가능성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현 상황과 맞물린다면 향후 이와 관련한 논의가 확대될 수도 있다.

한편 보험료 인상은 최후의 수단이자 금기의 대상이다. 전 국민이 가입하는 연금납부액을 올리는 것은 사실상의 증세다. 더구나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국민 동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 개편은 없다”며 여론수렴과 사회적 논의의 확대를 주문했는데, 이 경우 보험료 인상안은 상당히 힘을 잃게 된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가 허상이듯, 20년 동안 동결돼왔던 보험료율을 그대로 둔 채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최기홍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금포럼 제68호(2017년 겨울호)에 실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보험료 수입과 급여 지출 증가율이 같아지려면 보험료를 15.4%로 인상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보험료율 9%와는 상당한 차이(6.4%p)가 난다. 보험료율을 단번에 6.4%p 올리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지만, 소폭 인상 또는 점진적 인상을 통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은 고려해봄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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