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에 대해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국과수에 감정 의뢰를 제안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은 총 41쪽 분량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2008년 1월 10일부터 취임 직후인 5월 13일까지의 기록이 담겼다. 내용에 대한 신빙성은 높게 평가됐다. ‘MB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인사가 일례다. 비망록에는 ‘1월 13일 오후 5시부터 롯데 크리스탈볼룸에서 지에스아이 747후원회 함. 엠비 참석. 김백준 총무비서관 발령 전해들음’이라고 적혀있다. 실제 그날 김백준 전 비서관이 인수위 비서실로 입성했다.

때문에 이팔성 전 회장의 비망록은 MB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중요 증거로 꼽혔다. MB에겐 다소 불리한 형국이다. 비망록에 적힌 내용을 일일이 반박하기엔 호소력이 약하다. 더욱이 10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MB의 기억도 분명하지 않다. 도리어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여기서 MB 측이 내놓은 묘책은 비망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MB 측 강훈 변호사는 지난 10일에 열린 19차 공판에서 이팔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 의문을 제기했다.

MB 측은 검찰이 “그날그날 적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보일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보인다”고 말한 만큼 “국과수에서 계속 매일 썼는지, 몰아서 썼는지 감정”을 하자고 제안했다. 만일 짧은 시간 내 한꺼번에 작성한 것으로 나온다면 비망록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팔성 전 회장이 MB에게 총 22억6,300만원의 뇌물을 전달하고도 원하는 자리에 앉지 못했다는 점에서 원한을 품고 허위로 비망록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신중했다. 20차 공판에서 비망록의 원본을 확인한 뒤 국과수 감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팔성 전 회장의 뇌물은 MB의 16개 혐의 중 하나다. 하지만 유죄 시 형량은 무겁다. 특가법상 뇌물 수뢰액 1억원 이상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이다. 비망록에 대한 MB 측의 반대의견 진술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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