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독립유공자 및 유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행사를 가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운동가 발굴과 예우에 힘을 쏟고 있다. 일제에 항거한 독립유공자들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기틀을 바로세우는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주요 국경일 관련 행사 때마다 국가유공자들을 문재인 대통령이 살뜰히 챙겨왔던 이유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문 대통령은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 점심을 먹었다. 문 대통령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여러분의 애국 앞에서 늘 숙연해진다”며 “시간이 흘러도 대를 이어 뜨겁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 자리를 통해 허위 선생과 이선호 선생 등 대중에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독립열사들을 소개했으며, 새롭게 발굴해 서훈한 26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 “독립운동가 발굴과 예우에 최선”

문 대통령이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거듭 강조하는 이면에는 이전 정부까지 제대로 된 예우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실제 지난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그동안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잘 모시지 못했다”면서 “이제 독립유공자의 자녀와 손자녀까지 생활지원금을 드릴 수 있게 되어 무척 다행스럽다”고 말했었다.

이 같은 인식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며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중국 충칭에 위치한 임시정부청사를 찾았던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사실 국가유공자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현 정부가 아닌 과거 보수정부 역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중시했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오히려 ‘보수정부’에서 국가유공자들을 기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부가 유독 독립유공자들을 각별히 챙기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정권의 역사적 정통성을 ‘일제에 대한 항거’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 문재인 정부 탄생 배경 찾기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이렇게 설명했다. “보수진영은 시대에 따라 정치주도세력은 달라졌지만, 집권세력이라는 점을 고리로 정통성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이승만 정권과 전혀 맥락이 다른 박정희 정권까지 하나로 묶는 엄청난 확장성을 보여줬다. 물론 ‘기득권 세력’ ‘친일파 후손’ 등의 비판을 받지만, 동시에 ‘국가주도세력’임을 확실하게 규정하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진보진영 태동의 역사는 ‘독재항거’로 요약할 수 있는데, 보수에 비하면 범위가 한정돼 있다. 항일투쟁부터 촛불혁명까지 진보진영의 정통성을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실제 '촛불혁명이 탄생시킨 대통령'이라는 데 자부심이 있는 문 대통령은 그 뿌리를 독립운동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는 선대의 염원이 백 년의 시간을 이어와 촛불을 든 국민들의 실천이 됐다”는 대목이 나온다. ‘국민주권’을 고리로 촛불혁명과 항일독립운동을 동일시한 셈이다. 이는 항일독립운동에서 시작한 민중항쟁이 4.19의거, 5.18광주민주화항쟁, 6.10항쟁 등을 거쳐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서사로 완성된다.

과거 대선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87년 6월 박종철 열사의 희생을 딛고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정치가 실패했다. 독재세력을 청산하지 못했고, 독재세력의 뿌리였던 친일도 청산하지 못했다”면서 “촛불혁명을 통한 정권교체가 시민혁명의 완성”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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