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BS&C의 상표권에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사진은 정대선 현대BS&C 사장. <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범현대가 3세인 정대선 현대BS&C 사장의 ‘현대’ 상표사용에 제동을 걸었다. 재벌가의 일원이지만, ‘현대’라는 브랜드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현대BS&C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시사위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은 지난해 9월 1일 현대BS&C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서비스표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현대BS&C가 등록한 상표 ‘현대비에스앤씨’를 무효로 해달라는 것으로, 11개월째 공방 중이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재계에서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대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일반적인 조치로, 고객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특허청 역시 대기업 명칭이 들어간 상표는 지주사가 직접 등록해야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특허청에서 대표명칭을 관리하라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받은 바 있다”며 “브랜드 관리차원에서 심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제기된 서비스표 등록 무효심판 청구. <특허심판원>

◇ 현대차 ‘브랜드 관리 차원’ vs 현대BS&C ‘당혹’

눈길을 끄는 건 현대BS&C의 소유주가 범현대가의 일원이라는 점이다. 현대BS&C 지분 100%를 보유한 정대선 사장은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3남으로,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손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겐 조카인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BS&C는) 범현대 또는 현대자동차의 그룹사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룹사가 아닌데 현대라는 이름을 내걸면 우리 브랜드도 침해받고, 고객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BS&C 측은 이전부터 사용한 상표에 문제를 제기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현대BS&C 관계자는 “단순 상표가 아니라 상호(회사명)로, 2010년 최초 출원 후 2012년 등록됐다”며 “처음부터 (그룹의) 동의를 받아서 수년 간 사용한 상표에 갑작스레 문제를 제기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대리인을 통해 최대한 대응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현대BS&C는 지난 2010년 상표를 등록한데 이어, 2012년 현대그룹의 로고인 녹색삼각형을 추가한 상표권도 등록했다. 당시 특허청은 ‘현대’와 유사해 혼동을 준다‘며 거절이유를 통지했고, 보정서 제출 후 최종적으로 등록결정을 내렸다.

◇ 현대BS&C, 무분별한 상표권 출원

일각에선 이에 대해 현대BS&C가 ‘현대’라는 이름을 내걸고 무분별하게 상표권을 출원한 전적에 주목한다.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현대BS&C는 수년 전부터 ‘현대’ 관련 다양한 상표권의 출원을 시도했다. 특히 이들이 2016년부터 최근까지 ‘현대’ 또는 ‘HYUNDAI’ 단어가 포함된 상표권을 출원신청 한 건수는 30여개에 달한다.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전자’ ‘현대전기’ ‘HYUNDAI ELECTRONICS’ 등은 스스로 출원을 취하했고 ▲‘현대농기’ ‘현대에코나인’ ‘현대페이’ ‘HYUNDAI FINTECH’(현대 핀테크) 등은 특허청으로부터 거절당했다.

현대BS&C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표권을 잡아놓기 위한 게 아니라 신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상표권을 출원한 것”이라며 “현대차 등 그룹사에서 필요로 하면 아무런 대가 없이 출원을 취하해줬다”고 해명했다.

현대BS&C 측과 현대자동차가 상표권 '현대페이' '현대핀테크'를 출원신청한 모습. <특허검색서비스>

◇ 사태 촉발 계기는 ‘현대페이’?

일각에선 정대선 사장이 주도한 암호화폐 사업을 이번 사태의 트리거(방아쇠)로 보기도 한다. 정부와 세간에 미운털이 박힌 암호화폐를 정 사장이 ‘현대’라는 이름을 내걸고 적극 추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정 사장은 지난해부터 암호화폐 HDAC 발행하고, 이를 관리할 플랫폼 자회사 현대페이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현대가 상징하는 신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안정성을 더해 핀테크 시장에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현대BS&C가 ‘현대페이(HYUNDAI PAY)’ ‘현대핀테크(HYUNDAI FINTECH)’ 등의 상표권 취득에 실패하자, 동일명칭의 상표권을 출원신청한 바 있다. 현대BS&C는 올해 자회사 현대페이를 통해 동일 상표권을 재신청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상황으론 (페이, 핀테크 사업 등에 진출계획이) 내부적으로 공유된 건 없다”며 “(당시 상표권 출원은) 브랜드 오용을 막기 위한 보호활동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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