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교수(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 위원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핵심 내용은 “평화가 경제다”는 것이다. 분단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담대하게 나아가고 있는 대통령의 의지가 경축사에 담겨 있다. 문대통령은 9월로 예정된 제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적극적 의지, 기대와 함께 이를 통해 현재의 비핵화·종전선언 협상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향후 비핵화·종전선언 시간표 작성 등에 있어 거중조정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2018년, 올해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패러다임을 평화의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역사적 여정이 시작된 해다. 한국이 북한과 미국을 초대해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를 중재하는 유례없는 여정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작년 8월 괌으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북측과 화염과 분노로 북한을 쓸어버리겠다는 미국의 강대강(强對强) 대결구도를 돌이켜 보면, 현재 상황은 그 자체가 엄청난 변화다. 변화는 이제 시작되었다.

1, 2차 남북정상회담과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의 전개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 과정이 느리고 심지어 성공하기 어렵다는 비판적 견해를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첫 단추를 꿰는 과정에서 이 정도 북미 간 샅바싸움은 예상했던 범위 내다. 나무만 보면,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숲을 보면 점차 나아가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의 실체가 보인다.

전쟁 없는 한반도, 핵 없는 한반도, 평화로운 한반도를 실현시키기 위한 여정에서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북미가 종전선언과 비핵화 이행을 주고받는 가운데, 비핵화 평화체제의 단계를 진전시키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문대통령이 평양을 거쳐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뉴욕으로 가 유엔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등과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기대가 아니라 현실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비핵화를 통해 행복한 삶의 희망을 갖게 하려 한다. 주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행복한 삶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유엔 제재가 풀려야만 가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1월 중간선거, 사활이 걸린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북미 최고지도자가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를 향한 길에서 되돌아 갈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두 지도자가 호랑이 등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문 대통령의 중개자, 촉진자 역할이 보다 정교하게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경축사 내용 중,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는 점이 도드라져 보인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한반도 문제, 남북문제의 틀을 변화시키고 본질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인식은 남북관계 발전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 되고,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이 연쇄고리와 같은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이 성취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표현이었다. 평화경제, 경제공동체로 가야 남북한 경제가 공동 번영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문 대통령이 꿈꾸는 한반도신경제 구상의 핵심이다.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겠다는 구상도 신선하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하고 이것이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 나아가 아시아 경제공동체로 나아가자는 원대한 꿈도 새롭다. 꿈이 현실이 되어 갈등과 대결에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평화가 곧 경제인 한반도의 대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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