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안희정 전 지사의 '위력에 의한 성범죄' 1심 판결이 무죄로 나온 가운데,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민주당 지지율이 역풍을 맞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6·13 지방선거를 전후로 50% 중후반대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14일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권은 물론 여성단체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안 전 지사의 소속정당이었던 민주당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 대한 지지층의 불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조병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 김지은씨를 제압하고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같은 판결에 대해 여성단체는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명의로 즉각 비판 성명을 내고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은 한국사회에 사법정의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는지 의심케 한다. 유력 대권후보이자 도지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가 그의 수행비서에게 행사한 것이 ‘위력’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정의로운 판결로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사법부는 피해자의 진술이나 증언만으로는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 하에서 성폭력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라며 “이는 사실상 어떠한 미투도 법적인 힘을 가질 수 없다고 사법부가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미투 운동'에 좌절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고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지금과 같은 법 체제 하에는 동일한 성범죄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도 처벌받을 일이 없다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 행동’ 등 여성단체들은 오는 25일 예정했던 성차별 반대 집회를 오는 18일로 일주일 앞당겨 안 전 지사 판결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릴레이 집회를 주도해 온 ‘불편한 용기’도 추가 집회를 준비하는 등 여성계가 들끓고 있는 모습이다.

16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8월 3주차 주중 정당지지율.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 들끓는 여성계… 민주당은 ‘관망’

하지만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직후 발 빠르게 출당·제명조치를 취한 민주당은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안 전 지사는 우리 당 소속이 아닌 상황이고 당 공식입장을 낼 경우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투’ 관련 법안을 발의한 여성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무죄 판결에 대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당 젠더폭력특별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를 또다시 좌절케 했다. 뿐만 아니라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미투 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고 국민들의 법감정과 변화된 성의식과 무관하게 처벌기준을 적용해, 사법정의와 인권실현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백혜련 의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대변인 입장이기 때문에 당 차원의 입장이 없어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어쨌든 위력관계는 인정이 되나 (성폭행은) 아니다 라는 부분이 그동안 업무상 위력의 부분을 협소하게 봐왔던 것을 인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민주당의 소극적인 반응은 즉각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16일 보도된 tbs·리얼미터 8월3주차 정당 지지도 동향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주 대비 3.6%p 하락한 37.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은) 진보층(▼7.3%p, 50.3%), 부산·울산·경남(PK, ▼7.0%p, 31.8%)·호남(▼6.1%p, 47.2%)·충청권(▼5.9%p, 30.2%), 60대 이상(▼8.9%p, 25.2%)·30대(▼5.7%p, 46.0%)와 더불어, 대구·경북(TK)과 서울, 20대 등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간으로 분석했을 때 지난 10일 40.6%에서 안 전 지사 판결이 있었던 14일 37.0%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2018년 8월 13일(월)과 14일(화) 이틀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4,393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1,005명이 응답을 완료, 7.0%의 응답률을 나타냈고,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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