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7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순위는 전년 대비 14계단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로 높아진 1인당 GNI는 약 800달러에 불과하다. <언스플래쉬>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세계은행이 16일(현지시각) 국가별 2017년도 국내총생산(GDP)·국민총소득(GNI) 순위를 발표했다. 한국은 GDP 순위가 내려간 반면 국민소득 지표로 활용되는 1인당 GNI 순위는 높아졌다. 다만 순위가 정해진 배경을 고려하면 둘 중 어느 것도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한다.

◇ 성장률 양호했던 한국경제, 부활한 ‘오일 머니’에 밀려나

달러 가치로 나타낸 한국의 명목 GDP는 2016년 1조4,150억달러에서 17년 1조5,307억달러로 약 8% 늘어났다. OECD 평균(4.1%)이나 아시아·태평양국가 평균(6.6%)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작년 한국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기록하면서 실질 경제성장률 또한 3.1%로 양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한국의 GDP 순위는 러시아에게 11위 자리를 내주며 12위로 내려섰다. 작년 러시아의 명목 GDP가 16년에 비해 22.8%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원인은 16년 초부터 상승궤도를 탄 국제유가다. 60달러 선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되던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70달러를 넘어설 때까지 계속되자 침체에 빠졌던 러시아 경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부활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유국들은 경제구조가 석유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제유가의 동향에 따라 경제가 널뛰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지난 2015년 한국의 GDP가 러시아를 추월했던 것 또한 석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4년 중순부터 시작된 저유가 현상으로 러시아의 GDP는 전년 대비 3분의1이 증발했다. 석유가스 관련사업이 수출의 40%, 전체 경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러시아 경제의 석유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또 다른 산유국인 브라질과 캐나다 역시 2014~15년 중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다가 16년을 기점으로 성장률이 반등했다.

◇ 순위만 오른 1인당 국민소득, 알맹이는 없다

한국은 작년 국가경제력 순위가 한 단계 낮아진 반면 1인당 국민소득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16년 세계 45위였던 한국의 1인당 GNI은 17년 31위로 수직 상승했다. 49위였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NI도 18계단 상승해 31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순위상승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한국의 17년 1인당 명목 GNI는 2만8,380달러로 작년(2만7,600달러)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이탈리아보다 다소 낮고 스페인보다는 약간 높은 등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원인은 세계은행의 통계자료 수집 과정에 있다. 작년까지 국민소득 최상위권에 위치했던 소규모 국가들이 자료수집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순위표에서 이탈했다. 세계은행의 2016년 1인당 GNI 자료에서 나란히 1~4위에 올랐던 모나코와 리히텐슈타인, 채널 제도, 버뮤다는 올해 모두 자료 부족으로 순위에서 제외됐다. 세계은행은 조사대상국가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없을 경우 구체적인 수치는 생략한 채 순위만 추정해서 기입하는데, 모나코를 비롯한 네 나라는 작년에도 국민소득 액수는 공란으로 표기됐다. 올해도 자료수집이 어려워지자 세계은행은 이번엔 아예 순위표에서 제외한 채 “고소득국가로 추정된다”는 주석만 달아놓았다.

1년 새 이들의 국민소득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의 국민소득 순위가 급상승한 것이 외국에 비해 생활수준이 월등히 높아졌다는 의미가 아닌 이유다. 작년 3만7,930달러였던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년 새 600달러밖에 오르지 않았음에도 국제 순위는 10계단 상승한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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