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혁명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투사의 길을 걸었고, 군사정권에선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국난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던 헌신이 오늘을 만들었다. 이제 나라 잃은 설움도, 국가 권력의 횡포도 없다. 국민 승리의 시대다. 하지만 청년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설 곳이 없다. 현실의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이들은 말한다. “청년이 위기다.” 이들이 묻는다. “청년을 구할 방법은 없는가.” 이들의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할이 아닐까. [편집자주]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은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현상이었다. 청년 멘토를 낳았고,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왔다. 하지만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지금으로부터 7년여 전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낙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재보궐 선거가 열렸다. 당시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지율 50%에 육박하는 유력 후보가 지지율 5% 안팎에 불과한 군소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조건은 없었다. 두 사람의 포옹은 훗날 ‘아름다운 양보’를 상징했다. 바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얘기다. 안철수 전 대표의 공개 지지를 등에 업은 박원순 시장은 53.4%의 득표율로 당선을 거머쥐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더 큰 수확을 얻었다. 단박에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지지세력은 청년이었다. 의사로, IT전문가로, 교수로 성공한 그의 발자취가 청년들의 신뢰를 샀다.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는 통 큰 결단은 청년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청년들이 구름떼 같이 몰렸다. 당시 ‘청년 멘토’가 안철수 전 대표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달리 표현하면 ‘안철수 신드롬’이었다. 정치권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의 등장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 “그때 ‘안철수’가 아닌 ‘청년’이 주체적으로 나섰다면…”

하지만 7년의 세월은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세 번의 창당과 잇단 선거 패배는 안철수 전 대표의 수치로 기록됐다. 일각에서 정계은퇴 가능성까지 제기할 정도다. 주목할 부분은 지지세력이 교체됐다는 점이다. 유시민 작가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4월 한 프로그램에서 “5년 전에는 청년 멘토로, 젊은층 지지가 높았는데 지금은 고령층 지지가 높다. 5년 사이에 한 정치인의 지지 기반이 이렇게까지 변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고 말했다. 현재 안철수 전 대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수적 스탠스에 놓여 있다.

스타 정치인의 등장은 청년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한 명의 정치인이 우리 정치를 바꿀 수 없는 만큼 보다 건강한 정당, 좋은 정치 문화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도리어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은 청년들과 한층 더 가까워졌다. 지난 3월 대담집 <몰라서 물어본다>를 발간한 뒤에는 청년들의 고민을 십분 받아들였다. 그는 “우리 때는 취업에 선택의 범위가 좁았다.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라 취직을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 별로 없었다. 지금 청년세대는 취업에 대한 불안이 많다. 성장이 멈췄거나 저성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반대에 부딪혔던 청년수당을 지켜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해 서울시는 7,000명의 청년들에게 최대 6개월간 5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박원순 시장이 공감력으로 청년들의 마음을 다독였다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의로운 모습으로 청년들의 호감을 샀다. 물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던 게 도움이 됐다. 여기에 그의 입당 소감은 더 큰 반향을 불러왔다. “정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싶다”는 것, 그것이 청년의 바람과 맞닿았다. 이후 표창원 의원은 당선권 비례대표 자리를 마다하고 인맥도, 정치기반도 없는 용인에 출마해 승리했다. 그는 지금도 “더 깨끗하고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나와서 저를 이긴다면 깨끗하게 승복하겠다”고 말한다.

스타 정치인의 등장은 청년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인기에 편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결국 청년들의 의존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미래 임한결 청년정책국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등장했을 때,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지세력이 조직화되지 못하고 허상으로 끝났다. 그때 ‘안철수’가 아닌 ‘청년’이 주체적으로 나섰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우인철 공동대변인은 “국민들로부터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선 당시엔 국민들의 기대감이 컸다”면서 “한 명의 정치인이 우리 정치를 바꿀 수 없는 만큼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건강한 정당, 좋은 정치 문화가 생긴다면 멘토나 영웅적 정치인에 기댈 이유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멘토의 시대가 아닌 청년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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