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 검찰에 출두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들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소송이 지연된 배경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서다. 검찰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청와대 사이 있었던 이른바 ‘재판거래’ 중 하나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지난 2013년 12월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차한성 대법관을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논의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이 자리에서 강제징용 사건의 선고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차 전 대법관과의 만남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진행했으며, 회동 내용도 보고했다는 게 김 전 실장의 진술이다. 이 자리에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과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도 배석했다고 한다.

해당 사건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신일본제철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으로 대법원은 2012년 5월 1·2심을 파기하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었다.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재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에 다시 접수됐으며, 대법원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대상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준 2012년 판결로 대일관계가 냉각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청와대는 해당 판결을 변경하거나 적어도 선고를 늦출 필요성이 있었고, 상고법원 도입 협조를 반대급부로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의 진술이 나옴에 따라 검찰의 수사는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차 전 대법관이 양 전 대법관에게 ‘삼청동 회동’ 내용을 보고했는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시 회동에 참석했던 윤 전 장관과 황 전 장관, 나아가 박 전 대통령까지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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