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비동의 간음죄) 관련 여야 여성의원 긴급간담회’에서 나경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으면서 국회에서 성범죄 구성요건을 다루는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의원들은 17일 오전 초당적 모임을 열고 ‘비동의 간음죄’ 등 관련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의원 긴급간담회를 열고 “(법원이) 위력의 범위를 지극히 협의적으로, 경직적으로 판단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성관계 이후 평상적인 일상이 지속됐다는 이유로 (성폭행이) 아니라 했는데 일상적인 상하 지위관계조차도 위력의 범위로 볼 수 있을지 깊이 고찰해봐야 한다”며 “어쨌든 법원은 현행법적으로 ‘No means No rule’ ‘Yes Means Yes rule’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극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입법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닌지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나 의원이 언급한 ‘No means No rule’은 상대방이 부동의(No)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성관계를 한 경우 처벌하는 체계이고 ‘Yes Means Yes rule은 상대방의 적극적인 동의(Yes) 의사가 없는 성관계는 모두 강간으로 보고 처벌하는 체계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성관계를 맺은 경우뿐만 아니라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도 강간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은 부동의 간음죄와 관련된 두 가지 원칙 가운데 어떤 것도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1심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노 민스 노 룰이나 예스 민스 예스 룰이 입법화되지 않는 현행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법제 하에서,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간음을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명이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서는 처벌하기 어렵다”고 국회에 공을 넘긴 바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갑자기 재판부가 입법론을 들고 나왔는데 그 전에도 관련된 법안은 발의가 된 상태였고 그간 여성단체에서는 ‘비동의 간음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런데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의원들이 적극 나서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초점이 신체적으로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위력이었느냐에 맞춰지다보니 피해자가 또 다른 2차 피해를 항상 입게 되고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해 법이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게 아니라 더 가슴 아프게 하는 현상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위력이라는 게 신체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것, 아니면 당시의 지위나 표현할 수 없는 비신체적인 것까지도 위력으로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2심 재판에서 법이 안 고쳐졌어도 바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당 신보라 의원은 “미투운동이라는 게 그동안 숨죽여왔던, 어쩔 수 없이 숨겨야했던 성범죄 (피해)사실을 용기 있게 고백하는 것부터 시작됐다”며 “안 전 지사 판결 내용을 보면 너무 피해자 중심이다. 피해자가 모든 걸 증명해야 하고 저항했음을 증명해야만 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빠져있다. 어떻게든 여성의원들을 비롯해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관심 갖고 의견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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