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바른미래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예비경선 후보자 정견발표회에서 후보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 9·2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이른바 '안철수계' 내에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당권주자 사이에서 '안심(安心·안철수지지) 마케팅'을 넘어 당원들이 예비경선 과정을 놓고 중앙당에 절차적 과정을 지적하고, 특정 여론조사를 문제 삼는 등 분열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영환 당 대표 후보 측은 17일 "바른미래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이상하다"라며 지난 15일 발표된 <쿠키뉴스-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규희·박정희 공동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해당 여론조사 보도는 특정 후보의 대세론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로 100% 중에서 4분의 1에 불과한 여론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교묘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대표적인 특정후보의 계열이고, 특정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려고 적극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있는 상황을 객관적인 결과인양 조사하고 발표하는 기만행위를 했다"라며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특히 지지층 내에서 손 후보는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하태경 후보와 이준석 후보보다 두 배가량 높은 지지도로 조사됐다. 김 후보는 4위로 나타났다.

복수의 바른미래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영환 후보 측이 언급한 여론조사업체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자이면서 동시에 손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측의 주장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만과 함께 '안심은 손학규에게 있다는 여론을 만들려고 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위한 것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김 후보는 이번 6명의 당권주자 가운데에서 '원조급 안심'으로도 불린다. 2016년 1월 '수도권 4선'이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안 전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통상적으로 원내 인사가 맡는 당의 중책인 당 사무총장을 안 전 대표의 추천으로 맡기도 했다.

장성민 전 바른미래당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정운천 최고위원, 장 이사장, 김중로 최고위원. <뉴시스>

◇ 장성민 측, 예비경선 ARS 조작의혹 제기

지난 11일에 있었던 예비경선(컷오프) 결과와 과정에 대해서도 당내 의혹이 제기됐다.

우일식 전 경남 함안·밀양 지역위원장은 전날(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전당대회를 위한 ARS업체투표 시행사 선정과 관련해서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컷오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경선 조작 의혹을 점점 짙게 만들고 있다"라며 "당 대표 경선 ARS업체 선정의혹과 예비경선 조작 의혹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우 전 위원장은 "S사는 ASR 시행사 선정 자격조건에 미달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관등록이 취소된 업체"라며 "또 다른 시행사인 K연구소는 한국조사협회의 회원사로서 이 협회는 향후 ARS 조사를 수행하지 않을 것을 결의한 바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K연구소는 손학규 후보와 인연이 깊다. 연구소 소장이었던 K씨는 2011년 손 고문이 민주당 대표 시절 당 전략기획위에 발탁된 바 있고, 손학규 사단의 최측근으로 활동해왔다"라며 "특정 후보와 인연이 남다른 여론조사기관을 ARS 시행업체로 선정했다는 것 자체가 공정성에 의구심을 키우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해당 기자회견을 주선한 인사는 김중로 의원이다. 김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A 전 의원과 함께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장성민 전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ARS 시행사 선정이 장 전 후보의 컷오프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중앙당이 불법개입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 전 후보와 손학규 후보는 모두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 호남중진과 가까운 인사로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안심' 논란이 이어지는 이상 이같은 '손학규 대세론'을 밀고 있는 안철수계를 향한 또 다른 안철수계의 공세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편 당 선관위에 따르면 ARS 시행사 선정 과정은 사무처에서 실무작업을 거친 뒤 선관위 회의를 통해 추첨을 통해 거치게 된다. 당초 4개 회사가 응모했으나 한 업체는 서류보완 지시 미이행으로, 다른 한 회사는 민주평화당 전당대회 과정에 참여했다가 논란을 빚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혹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문제로 다음 주 월요일 아침 일찍 선관위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며 "정확한 것은 자료를 보고 난 다음에 파악하려고 한다"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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