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진술로 재판거래 의혹에 휘말렸다. 검찰은 직접 조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징역 32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공천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선고받은 형량이다. 형량이 확정되면 그의 나이 99세가 돼서야 출소할 수 있다. 암담한 상황은 계속된다. 새로운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 측근으로 불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진술인 만큼 신빙성에 무게가 실렸다.

실제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기춘 전 실장이 2013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당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삼청동에서 비밀 회동을 가졌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지연시키고, 그 결과를 바꿔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게 김기춘 전 실장의 설명이다. 회동 내용은 추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실제 김기춘 전 실장에게 회동을 지시하고, 회동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겠느냐다. 그는 구속기간이 연장된 지난해 10월부터 검찰 조사는 물론 모든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는 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의 진술을 확보한데 대한 자신감이다.

김기춘 전 실장의 진술은 무게감이 달랐다.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 출신인 그는 박정희 정부 시절 서울지검 공안부장, 대검 특수1과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육영수 여사의 피격사건 범인인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낸 공안검사가 바로 김기춘 전 실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기춘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기춘대원군’으로 불릴 만큼 실세 중 실세로 꼽혔다. 그의 진술을 ‘배신’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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