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은 업체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가혹한 패널티를 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기술보증기금 사옥. <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건 미친 짓이구나 싶습니다.”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기술보증기금이 오히려 도전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타트업 특성상 성공확률이 극히 낮은데, 사업을 정상궤도로 올리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중소기업부는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이며, 별도의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스타트업 창업자라고 소개한 이가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 올라왔다. 기술보증기금은 벤처기업 등이 보유한 혁신기술을 평가하고 사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기술금융전문기관이다.

이제 서른을 넘겼다는 청원자 A씨는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고 성공신화를 꿈꿨다”며 “하지만 상용화단계까지 간 프로젝트들이 좌초되면서 사업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생계를 위해 폐업 후 재취업을 결심했다.

그러나 폐업이 쉽진 않았다.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연대보증을 내세우는 건 면제받았지만, 폐업 시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으면 법인 대표 또는 대주주 등이 신용정보에 ‘관련인 정보’로 등재된다는 것. 풀어서 말하면 대출금을 대신 변제해 준 기술보증기금에 돈을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셈이다.

물론 이는 어떤 면에선 합리적으로 보인다. 사업실패 시 대신 갚아주는 만큼, 창업자도 일정부분 책임을 지게 한다는 점에서다.

다만 국내 스타트업의 생존확률이 극히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중 5년 이상 생존확률은 27.3%에 불과하다. 10곳 중 7곳이 5년도 안 된 시점에 폐업하는 겪이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싶어도 위험성 때문에 시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부는 이에 대해 악용사례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신용정보관리규약 상 금융정보를 공유하도록 돼 있다”며 “보증을 선 기술보증기금이 대리변제를 하면 채권자가 된다. 기업이 기보에게 대위변제한 금액을 갚을 때까지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악용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며 “이쪽에서 돈을 빌린 후 사고를 내놓고선, 다른 쪽에서 빌리는 경우도 있다. 금융기관으로 봐선 여기저기서 돈을 떼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기술평가를 거쳐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일시적으로 재정이 안 좋을 경우 지원하는 ‘재기지원 프로그램’도 있다”며 “지난해 기준 재도전 48억원, 재창업 149억원 등 총 197억원이 지원됐다”고 말했다. 재기지원 프로그램 상 ‘재도전’은 채무가 기보에만 있는 기업, 재창업은 다중 채무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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