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는 면허취소라는 최악의 위기는 넘겼지만, 각종 제재로 인해 당분간 제자리걸음이 불가피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진에어가 조현민 전 부사장의 갑질 논란에서 비롯된 면허취소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진에어의 항공운송면허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각종 제재로 인해 당분간 성장세가 정체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와 함께 LCC업계의 구도도 전면 재편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진에어의 면허를 유지하되, 이것이 오너일가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진에어가 제출한 경영문화 개선 대책이 충분히 이행돼 사회통념상 경영행태가 정상화 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신규노선 허가 등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진에어는 당분간 신규 노선 취항과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행 등이 어려워졌다. 면허 유지를 놓고 봐주기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 만큼, 이러한 제재가 단기간에 쉽게 해제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진에어는 그동안 이어왔던 가파른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특성상, 신규 노선 취항 및 신규 항공기 도입 없는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LCC업계 판도도 확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 LCC업계의 성장세를 이끌어온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양강구도’는 당장 전망이다. 제주항공을 넘어 LCC업계 1위 도약을 노렸던 진에어가 제자리걸음에 그치는 사이, 제주항공은 독주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 입장에서 그보다 더 큰 문제는 2위 자리 지키기다. 지난해 에어부산을 제치고 3위로 뛰어 오른 티웨이항공의 기세가 매섭다. 이달 초 LCC업계 세 번째 상장사가 된 티웨이항공은 새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공격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진에어가 주춤하는 사이 2위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존재다.

항공업계 라이벌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도 진에어를 위협할 수 있다. 에어부산 역시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며,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존 노선은 그대로 운영되기 때문에 당장 급격한 판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내년 상반기쯤엔 진에어의 정체가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언제 풀리느냐, 진에어가 어떤 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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