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고비를 맞았다.

워싱턴포스트는 21일(현지시각)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대형 일대일로 프로젝트 두 개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원인은 말레이시아의 국가부채다. 지난 5월 말레이시아의 부채는 1조링깃, 약 2,5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말레이시아 GDP의 80.3%에 달하는 액수다. 여기에 중국교통건설공사에게 134억달러를 지불하기로 약속한 동해안 철도사업(최종 사업비용 약 200억달러)과 약 10억달러가 소요될 보르네오 섬의 가스관 건설사업까지 진행할 경우 말레이시아의 재정건전성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마하티르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일 정상회담을 갖고 만찬을 함께했다. 분위기는 훈훈했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나는 중국이 말레이시아의 부도를 바라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양해를 구했다. 두 국가는 앞으로 건설사업 중단에 따른 위약금 등을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마리나 루닥 중국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는 것은 중국의 경제외교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서구 선진국들이 주도하던 개발도상국 지원정책들을 대체하려는 목적을 갖고 시작됐지만, 이번 말레이시아 사태로 중국의 개발원조 방식이 구시대적이라는 것을 입증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단사태가 예견된 위기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개발도상국에 인프라투자‧사회개발비용을 지원해왔던 세계은행은 올해 4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세계은행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예산은 국가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며 거시건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재정이 튼튼하지 않은 개발도상국들은 대규모 인프라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해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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