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제정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지난 6월 30일을 끝으로 효력을 상실했다. 이로서 부실기업이 회생하는 방법 중 하나였던 워크아웃이 불가능해졌다. 재계는 재입법을 요구하는 중이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지난 6월 30일을 기점으로 효력을 잃었다. 지난 2001년 처음 제정된 후 네 차례나 기한 만료와 연장을 반복했지만, 이번에는 국회에서 시효를 연장하는데 실패했다. 이로 인해 해당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던 워크아웃 제도도 폐지됐다.

◇ 재계·금융계는 법안 연장 강력 요구… 정치권도 공감대 있어

22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공동으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재입법을 요청했다. 한편 이틀 전인 20일에는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한 6개 금융협회가 함께 같은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발표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보다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기업이 부도 위기에 놓였을 때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주채권은행이 주도적으로 채무상환을 유예하고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지난 6월 말 효력을 상실하면서 워크아웃 제도도 함께 힘을 잃었다. 현재 기업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려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자금을 요청하거나,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수밖에 없다.

은행연합회는 20일 발표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재입법 건의문에서 “(워크아웃 제도는) 낙인효과와 영업기반 훼손 등이 초래되는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로 대체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대부업체와 공제조합 등 모든 금융채권자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만 참여할 수 있는 자율협약과도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부활을 위한 다양한 의안들이 제출돼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3인은 중소기업의 공동관리절차를 완화한 개정안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은 중소기업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에서는 심재철 의원을 대표자로 국회의원 14인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상시법으로 개정하는 의안을 내놓은 상태다. 금융계를 비롯한 재계의 요구가 높고, 정치권에서도 세부 규정에 차이가 있을 뿐 여당과 제1야당이 뜻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새 생명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효율성·자금 낭비 논란도

그러나 워크아웃 제도가 기업구조조정의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부실기업의 옥석을 가려내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효율성 문제, 그리고 정부가 기업의 생사에 무리하게 개입한다는 일명 ‘관치금융’ 논란이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자율협약 및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은 모두 184개사(중소기업 103개사)며, 이 중 워크아웃을 정상적으로 졸업한 기업은 27%인 50곳에 불과하다. 84개사는 파산·회생절차로의 전환·MOU불이행 등을 이유로 워크아웃이 중단됐고, 54개사는 여전히 워크아웃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에서는 워크아웃의 성공률이 21%로 더 낮아진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국고가 부실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우려도 있다. 주채권은행별 기업구조조정 추가지원금액에 대한 회수율을 분석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서 수출입은행은 2008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약 9조원을 지원해 85%를 회수했으며, 같은 기간 산업은행은 13조3,000억원을 지원해 31%를 받아내는데 그쳤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를 두고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기업이, 뒷면이 나오면 납세자가 돈을 잃는 구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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