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인 가운데 오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집행유예를 선고해선 안 된다.” 지난 22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은 이 같이 말했다. ‘유죄로 판단하더라도 집행유예로 선처해 달라’는 신 회장 측의 호소에 반박하며 맞선 것. 신 회장은 검찰 수사 때부터 무죄를 주장해왔지만 최근엔 구속이라도 면하는 쪽으로 선회한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전날 있던 공판에서는 거짓 논란이 불거진 데다 오는 24일은 항소를 포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고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롯데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 강요받았다는 신동빈 회장, ‘집행유예 선처’ 왜?

신동빈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70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검찰은 신 회장이 2016년 3월 14일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면세점 특허 문제를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신 회장은 줄곧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한 적도 없거니와 70억원 추가 출연 역시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처리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검찰의 지적과 재판부의 의문이 지속되자 지난 7월 “박 전 대통령이 독대 말미에 K스포츠재단에 지원 요청을 했다”고 기존 입장을 바꿨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말 바꾸기’ 논란만 키운 꼴이 됐다. 지난 22일 항소심 법정에서 검찰이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 동영상을 재생하며 신 회장의 ‘태도’를 꼬집은 것. 당시 청문회장에서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의 지원금 출연에 대해 “돌아가신 이인원 부회장을 비롯해 해당 부서에서 결정했다”면서 자신은 이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해당 영상을 지켜보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종범 수첩’ 역시 신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청탁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있던 터라 오히려 질책을 받을까 걱정을 했다는 게 신 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과 면담 시 ‘하남시 부지를 임대해 75억원 규모의 시설을 짓고 운영은 K스포츠재단이 하는 것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의 1심과 최순실 씨의 1심, 신동빈 회장의 1심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일 경우 신 회장의 주장은 배척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삼성은 무죄를, 롯데는 유죄를 선고했다.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항변했다. <뉴시스>

◇ 항소 포기한 박 전 대통령... 초조한 신동빈 회장

신 회장이 집행유예로 선처를 호소한 데에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1심 판결 후 항소를 포기해 2심 재판 내내 출석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항소를 포기할 경우 원칙적으로 1심과 형량이 같거나 더 무거운 형량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들은 18개 혐의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중 16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박 전 대통령의 일부 혐의가 항소심에서 뒤집힐 수도 있지만, 사실상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삼성은 무죄를, 롯데는 유죄를 선고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롯데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그대로 인정된다면 신 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제3자 뇌물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고, 이후 열린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도 같은 법리로 박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신 회장 측은 이 같은 상황을 형평성 문제로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 6월 11일 열린 3차 공판에서 “대통령과 총수가 독대한 11개 기업 중 제3자 뇌물공여로 기소된 기업은 삼성과 롯데 두 곳 뿐”이라며 “그나마 삼성은 무죄가 선고됐다. 이것이 정의와 형평성에 맞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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