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협상이 결렬될 경우 경제/사회 다방면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도미닉 랍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왼쪽).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협상이 결렬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영국 브렉시트부는 23일(현지시각) 영국과 유럽연합이 브렉시트 협상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영국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브렉시트 협상 기한은 내년 3월 말로 정해져있으며, 이 날이 지나면 영국은 자동으로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된다. 양측의 정치‧경제‧법률과 관련한 민감한 사항들이 아직 논의 중인 만큼 협상이 결렬될 경우 많은 영국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국과 유럽연합 국가를 오가는 수출입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는다. 유럽연합의 테두리 안에서 면제받던 규제제도들을 고스란히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럽연합에 유기농식품을 판매하는 영국 농장의 경우 현재 유럽연합 통합 증명서를 통해 유기농식품 자격을 인정받고 있는데, 브렉시트 협상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제3국 자격으로 새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영국언론사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이 과정에만 최소한 9개월이 소요된다.

유럽연합국가에서 거주하는 영국 시민들은 은행과 연금 서비스를 이용하는데도 불편을 겪게 된다. 영국 은행들이 유럽연합의 결제시스템에 대한 접근권한을 잃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결제 수수료와 환전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 전망이며, 그 비용은 수백만파운드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영국이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원자력 사업부터 헌혈과 의료품 거래 등 경제‧사회분야 다방면에서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영국 경제계는 불안한 모습이다. 영국산업연맹의 조쉬 하디 부국장은 23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노 딜 브렉시트’가 경제에 대혼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영국이 WTO 체제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은 환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소상공인연합의 마이크 체리 의장 또한 “낭떠러지에서 버틸 힘이 가장 부족한 것은 영세업체들이다”며 갑작스런 경제 환경의 변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한편 도미닉 랍 브렉시트부 장관은 “우리는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일을 원하지 않으며,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고 예상하고 있지도 않다”는 말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영국 브렉시트부는 경제주체들이 ‘노 딜 브렉시트’에 어떻게 대비해야하는지에 대한 보다 상세한 보고서를 9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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