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자신의 싱크탱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마주치자 건물 비상계단으로 황급히 뛰어 내려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뒷말을 낳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6·13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독일 유학을 선언했다.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면서도 정계은퇴에 대해선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성찰과 배움의 시간을 갖겠다”며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후 휴대전화의 전원은 꺼졌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났다. 그가 서울에서 목격됐다. 자신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미래’ 사무실에서다. 기자와 마주친 안철수 전 대표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건물 비상계단으로 황급히 뛰어 내려간 것. 당은 발칵 뒤집혔다.

◇ “당초 8월말 출국이었는데… 악의적 보도”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왜 아직도 서울에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해’다. 안철수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이달 초 출국해 2주가량 독일에서 머물다 비자 문제로 일시 귀국한 상태다. 현재 1년짜리 장기 비자를 신청해 주한 독일연방공화국 대사관의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비자가 나오는 대로 다시 독일로 출국할 계획이다. 측근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당초부터 8월말 나가는 것으로 돼 있었다. 국내에 있는 게 죄를 지은 것이냐”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기자를 피해 도망을 갔을까. 안철수 전 대표 측은 “기자가 엘리베이터를 막아 계단을 이용해 내려갔을 뿐”이라고 답했다. 도망이 아니라는 얘기다. 같은 당 손학규 상임고문도 24일 YTN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치적·사회적인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었을 텐데 기자를 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피해서 간 것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 안팎의 생각이 모두 같진 않았다. 시기가 공교로웠다. 내달 2일 당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사실 안철수 전 대표가 당대표에 손학규 고문을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영환·장성민 전 의원도 “안철수 전 대표가 노골적으로 손학규 고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안철수 전 대표의 전대 개입설은 확산됐다. 그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여기서 바른정당 출신들과 세력 싸움을 하려면 거물급이 필요하다. 결국 손학규 고문이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복귀 시 유리한 정치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적임자로 꼽혔다.

물론 손학규 전 대표는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자신은 물론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다는 것. 그가 안철수 전 대표의 도망 보도를 가십거리에 치부한 이유다. 그럼에도 의혹은 계속됐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전 노원병 당협위원장의 일침이 그랬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당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조직을 불러 모아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의 지원을 모의한 의혹이 있는 자들, 그 건물에 출입하다가 기자에게서 줄행랑을 친 특정 정치인까지 모든 것은 백일하에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독일이 아닌 서울에서 목격되면서 내달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물론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다. <뉴시스>

◇ 하필 ‘안심 논란’ 낳았던 그곳에서 목격

안철수 전 대표가 도망친 장소가 하필이면 안심(安心) 논란을 낳았던 미래 사무실이다. 전대 예비경선 직전 안철수 전 대표의 최측근이자 핵심 당직자인 이태규 사무총장이 이 사무실에서 지역위원장들과 만나 손학규 고문의 출마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미래는 안철수 전 대표가 2선 후퇴를 선언할 당시 해체 의사를 밝혔던 터였다. 그곳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 최고위원 출신 박주원 전 안산시장 후보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아주경제 기자에게 포착됐다.

다시 원점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왜 도망을 갔을까. 안철수 전 대표 측은 법적 대응으로 응수했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조치 및 소송을 준비 중이다. 사실관계를 각색한 악의적인 보도라는 것. 이와 무관하게 안철수 전 대표는 내주 독일 뮌헨으로 다시 출국할 예정이다. 국책연구소 막스 프랑크연구소의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활동하며 미래 비전에 관한 연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돌아오는 날은 정하지 않았다. 다만 현지에서 최소 1년은 머물 것이라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