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명인제약이 올 상반기에도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집행한 제약사’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명인제약의 대표 제품인 ‘이가탄’은 일반의약품이다. 제품 선택에 소비자의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그만큼 적극적인 광고·홍보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기업의 당연한 마케팅 활동일 수 있다.

하지만 명인제약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광고비 톱’ 타이틀에 숨겨진 진실은 꽤나 불편하다.

명인제약의 광고물량은 이행명 회장의 두 딸이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행명 회장의 두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메디커뮤니케이션)에 광고물량을 몰아주고 있는 것. 메디커뮤니케이션은 광고제작 및 광고대행비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안정적인 거래처를 바탕으로 매출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년 28억원이던 이 회사의 광고매출은 지난해 37억원(전체매출 79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기간 10억에서 42억으로 급등했다. 아버지 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손쉽게 가져간 셈이다. 명인제약의 ‘광고비 톱’ 타이틀은 결국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얻어진 결과와 맥이 닿아 있다.

물론 명인제약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아니다. 현행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대기업에 한한다.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특정규모 이상의 거래가 △시장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이어져왔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하지만 정부가 일감몰아주기에 날선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보다 근본적 이유는, 일감몰아주기가 관련기업의 시장참여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를 통해 오너 일가가 사익을 편취하기 때문이다. 일감을 받는 기업 입장에선 안정적인 거래처에 의존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그들만의 리그’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다.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도덕적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메디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아버지 회사인 명인제약과 안정적으로 거래하며 광고 및 임대수익을 손쉽게 올리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전년대비 거래액을 늘리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다. 명인제약의 ‘광고비 톱’ 타이틀은 어쩌면 ‘금수저’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던지는 씁쓸함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명인제약과 메디커뮤니케이션의 내부거래(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 및 규모) 사실은 감사보고서 어디에도 드러나 있지 않다. 이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해당한다. 비상장사라 하더라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용을 모두 감사보고서에 기재해 공시할 의무가 있다.

최근 정부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 기준을 대기업 수준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손 안대고 코푸는’ 오너 자제들, 겉모습은 중견이지만 하는 행태는 대기업의 그것과 꼭 닮아있는 그들의 배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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