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홍영표 원내대표, 박주민 최고위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최다선 의원이자 ‘친노 좌장’인 이해찬 의원이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당·청 관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이 대표의 임기가 문재인 정부 집권 2~4년차 시기여서 청와대의 힘이 빠지고 여당의 독자적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노무현 정부 때 당·청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소모적인 논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이 대표는 일단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하라는 국민과 당원의 뜻대로 민생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27일 첫 공식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연석회의를 가능한 빨리 구성해 가동하겠다. 기업, 노동자, 정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회의체를 구성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를 뒷받침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성장을 함께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자신의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살려 당·정·청 관계를 재정립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정·청 협력을 보다 강화시켜 나가겠다. 모든 현안을 소통하며 일관성 있게 추진하도록 하고 그 과정을 진단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정부 때 교육부 장관을 하며 ‘이해찬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노무현 정부에선 국무총리를 지냈다. 문 대통령의 정계입문을 권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이 대표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과도 인연이 깊다. 한병도 정무수석은 이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적이 있고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이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 일각에서 ‘이해찬 체제’를 청와대가 껄끄러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점에 배경을 두고 있다.

2016년 당시 민주당 전 대표 신분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의원. <뉴시스>

이 대표도 이런 일각의 우려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당·청의 불협화음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동시에 추미애 전 대표 체제에서 “여당이 안 보인다”는 당내 지적이 있어왔던 만큼 적당한 수준의 당·청 관계를 유지하되 소통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계를 설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26일) 이 대표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걸어 “이 대표와 인연이 많아 당·청 관계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며 “당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도록 청와대가 노력하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대표는 “당·정·청 관계를 긴밀히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정무수석과 만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국무위원, 청와대 수석들이 참석하는 오찬 회동을 계획했다. 이달 말 예정된 의원 워크숍 다음날인 내달 1일 청와대에서 당·정·청 관계자가 모여 소통하는 자리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원내대표단 쪽에서 행사 기획과 관련된 협의를 청와대와 했다. 청와대에 가는 건 일찌감치 예정돼 있었다”며 “당시 오찬에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다 배석했는데 이번엔 전체 국무위원까지 함께하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전했다. 1일 오찬에서는 장관, 의원, 청와대 수석들이 함께하는 당·정·청 전원협의체 구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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