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 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 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클래시스는 수백억대 주식 자산을 자랑하는 주식 금수저를 품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미성년자 오너일가가 억대 주식을 보유하는 이른바 ‘주식 금수저’ 실태는 재벌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대거 포착된다. 세간의 관심을 비교적 덜 받아서인지 그 실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기업 규모는 재벌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지만, ‘주식 금수저’가 지닌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 초등학생·중학생, 수백억대 주식 보유

의료기기 및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클래시스는 2007년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전망도 밝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종종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클래시스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주식 금수저다. 최대주주인 정성재 대표는 현재 부인 및 두 자녀와 함께 88.5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중 2004년생과 2006년생인 두 자녀는 나란히 클래시스 주식 549만7,307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최근 주가로 계산하면 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아직 중학생, 초등학생에 불과하지만 수백억대 주식 부호가 된 것이다.

이는 코스닥 상장기업 중 가장 돋보이는 주식 금수저에 해당한다. 또한 대기업 비중이 높은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도 이 정도 규모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들은 클래시스가 상장하기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클래시스는 지난해 12월 케이티비기업인수목적2호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변경 상장한 바 있다. 두 아이는 합병이 이뤄지기 전부터 비상장사 클래시스 주식을 각각 10만주씩 보유 중이었고, 이 주식은 합병 이후 549만7,307주가 됐다.

합병을 통한 변경 상장 첫날, 클래시스 주가는 4,165원에 마감됐다. 당시 두 아이의 주식 가치는 228억원이었다. 이후 클래시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이들의 주식 가치도 급등했다. 최고점을 찍은 지난 1월 23일엔 두 아이의 주식 가치도 432억원까지 크게 올랐다. 상장 이후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주식자산이 200억원 이상 증가했던 셈이다.

벤처기업으로서 10여년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전 세계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클래시스의 행보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미성년자 두 자녀의 수백억대 주식 보유 실태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 결과적으로 증여세를 크게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배당금 등을 통해 또 다른 부의 승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불편한 시선을 키운다.

물론 벤처기업을 성장시켜 자식에게 부를 물려주는 것은 개인의 성공이자 자유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절차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했다면, 미성년자 오너일가의 주식 보유는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주식 금수저 문제의 본질은 부모를 잘 둔 덕에 학창시절부터 수백억대 주식 부호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 있다. 정성재 대표 및 클래시스의 성공과 두 아이가 보유한 수백억대 주식 사이엔 혈연 외에 어떠한 인과관계도 찾아볼 수 없다.

클래시스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3,845만원이었다. 정성재 대표의 두 자녀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현재 약 320억원에 달한다. 클래시스 직원이 꼬박 100년 가까이 모아야 두 아이의 주식 가치에 닿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식 금수저 문제의 본질을 보여주는 차이다.

특히 전통적인 재벌 대기업이 아닌, 신생 벤처기업에서도 이 같은 실태가 만연하다는 점은 씁쓸함을 더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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