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공개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높아진 시점이었다. 청와대가 공개한 모두발언에 따르면 장하성 정책실장은 “한국 경제의 현재 모습은 한 달, 두 달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며 보다 큰 틀에서 한국경제의 문제점들을 봐 달라고 강조했다.

◇ 한국 GDP 구조, OECD와 비교해 기형적

장하성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한국의 성장구조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다. 모두발언에 따르면 한국은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1위인 반면, 소비·정부지출·사회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하위권에 속한다. 즉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이전에 없었던 실험’이 아니라 선진국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공공정부지출 비중은 10.4%로 OECD 평균인 21.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보다 공공정부지출 비중이 낮은 OECD 국가는 멕시코(7.4%)뿐이다. 2000년 4.5%, 2010년 8.3%에 비해 다소나마 늘어났다는 사실은 위안거리로 삼기엔 부족하다. 한편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지난 2015년 50%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는 미국(68.71%)·일본(55.87%)·독일(53.65%, 이상 2016년 기준) 등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반면 투자 부문, 특히 건설투자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작년 8월 발표한 ‘최근 건설투자의 GDP에 대한 성장기여도와 그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 건설투자의 GDP에 대한 성장기여도는 1.6%p였다. 반면 같은 소득구간(3만~3만5,000달러)에 속하는 OECD 국가들의 평균은 0.1%p로 한국과 격차가 상당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석기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건설투자는 변동성이 매우 큰 항목임을 감안할 때, GDP 성장을 건설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최근의 경제성장은 큰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소비 등 보다 안정적인 항목이 주도할 수 있는 성장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 현재 경기, 좋은가 나쁜가

장하성 실장의 모두발언에서는 지금이 경제구조와 체질을 바꾸기에 나쁘지 않은 시점이라는 시각도 드러났다. 제시된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2.9%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 상반기 수출 실적이 역대 최대였다는 점, 그리고 한국경제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CDS 프리미엄이 41bp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경제성장률 2.9%가 과연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외 대부분의 경제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0%로 추산하다가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떨어지자 수치를 하향조정한 바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한국의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을 2.8~2.9%로 추산하고 있으며, 여기에 비춰보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수출실적이 ‘반도체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호의적인 요소다.

한편 작년 9월 76까지 치솟았던 CDS 프리미엄이 41로 낮아진 데는 주로 북한과 관련한 정치적 긴장이 해소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있는지를 보여주는 CDS 프리미엄은 여타 지표에 비해 예상이 어려우며 언제든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6월 중 고조된 신흥국의 통화위기와 미·중 무역 갈등에도 40대 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 “부동산 통한 인위적 경기개선은 없을 것”

장하성 정책실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예산과 정책이 실행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는 연말에 발표될 경제지표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지만, 이때까지 경제지표가 개선되리란 보장은 없다. 경제가 소득주도성장정책에 의해 탄력 받으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장하성 실장과 청와대에게 ‘믿는 구석’은 있다. 하반기 중 실행이 예고된 각종 사회보장제도들이다. 오는 9월부터 기초연금이 25만원으로 인상되고, 만 5세 아동 1인당 10만원씩 아동수당도 지급된다. 늘어난 급여는 1·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낮아졌던 저소득층의 소득이 반등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발표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가임대차보호법도 본격적인 실행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건설·토목사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와 취업자를 늘리기 위해 부동산·토목건설경기를 부추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4대강 사업과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국정사업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전년 대비 약 3조1,000억원 가량 감축했으며, 지난 6월 발표한 2019년도 예산안에서 다시 2조1,000억원 적은 예산만을 해당 분야에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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