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28일 오전 서울 강북구 4.19 민주묘지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년 집권론’을 내걸고 취임했다. 20대 대선에서 재집권은 물론 20년 장기집권을 위해 당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내에 ‘민주정부 20년 집권 플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가 강한 이 대표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일부 당 지지층을 끌어안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과의 협치도 쉽지 않은 숙제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자신의 ‘강성’ ‘버럭’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소통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당대회 다음날인 26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커뮤니티인 ‘엠엘비파크’에 보좌관 아이디를 이용해 당선 인사를 남긴 것도 그 일환이다. 이 대표는 해당 커뮤니티에 ‘해찬들’이라는 닉네임으로 회원가입 절차도 마쳤다고 한다.

이 대표는 게시한 글에서 “이 게시판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고, 저 이해찬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르신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열띤 정치 토론을 벌이는 이 광장에 참여한 모두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라는 목표에는 함께 하고 있음을 느꼈다”며 “커뮤니티에 자주 와서 말씀 듣겠다. 댓글로 남겨주시는 말씀에 일일이 댓글을 달진 못하지만 새겨 듣겠다”고 했다. 민주당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여론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희호 여사 예방과 봉하마을 방문 등 당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도 이어간다. ‘DJ 정신’과 ‘노무현 정신’을 살려 당 지지층을 하나로 엮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8·25 전당대회에선 김진표 의원 지지층과 이 대표 지지층이 나뉘면서 “친문이 분열됐다”는 분석을 낳았다. 이 대표는 2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했고, 내달 1일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시민과 함께하는 봉하콘서트’에도 참석한다.

보수진영의 반발도 이 대표가 헤쳐 나가야 할 숙제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이 대표의 ‘20년 집권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홍문표 한국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걸(20년 집권 계획을) 옮기겠다고 하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고 현 정치 상황을 모르는 하나의 독선적인 발언”이라며 “경제가 불안을 넘어서 위태로운 상황까지 왔고 또 안보마저 우리의 주장이 허공으로 끝나고 있는 상황에 정권을 20년 더 잡겠다는 게 현실성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 대표 선출 직후에도 당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수구세력이 경제위기론 편다’, ‘최근 악화된 고용지표는 이명박·박근혜정부 탓’이라고 하는 등 보수를 향한 날선 인식은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집권여당의 당대표로서 민생을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여야 협치의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것에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었다.

이 대표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도 ‘협치’를 위한 광폭행보로 해석된다. 민주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 당 대표 시절이 처음이었다. 이 대표는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정부 수립 70년, 분단 70년을 살아왔는데 분단의 시대를 마감하고 평화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 예를 표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참배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와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은 앞으로도 민생경제와 당내통합, 협치를 위한 길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찾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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