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주사에 편입된 생수, 주류 계열사 4곳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롯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그룹의 주력 식품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지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다름 아닌 주류와 생수 등 ‘마실거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들 때문. 과거 롯데칠성음료의 자회사 역할을 해오던 4곳(충북소주·엠제이에이와인‧씨에이치음료·백학음료)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시점에서 지주사 품에 안기게 되면서 칠성음료는 안도의 한숨이, 롯데지주에서는 탄식이 들려오고 있다.

◇ 잘 나가던 생수 사업, 지주사 편입 후 곤두박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까. 롯데칠성음료의 연결 대상이던 음료 자회사들이 지난해 지주사 산하로 편입됨과 동시에 줄줄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충북 청원과 경기 양주공장에서 ‘아이시스 시리즈’와 OEM 생수 등을 생산하고 있는 ‘씨에이치음료’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 국내 생수 시장이 1조 시장을 향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서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221억)는 4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무려 95%가 감소한 2억 수준으로 떨어졌다.

씨에이치음료는 지난 2008년 법인 설립 후 롯데칠성음료 아래서 연간 500억 매출까지 성장하다 최근 몇 년 사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분할합병으로 설립된 롯데지주가 주식 100%를 취득함과 동시에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씨에이치음료와 마찬가지로 생수를 제조하는 ‘백학음료’의 경우도 비슷하다. 2014년 기존의 ‘록인음료’에서 현재 사명으로 변경한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다. 2016년 17억원에 달했던 영업흑자는 지난해 그 절반에 못 미치는 8억원을, 당기순이익은 1억 달성에도 실패했다. 이 역시 지난해 백학음료가 새롭게 출범한 롯데지주 산하로 들어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단순히 실적이 하락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백학음료는 자본잠식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는 2014년 군인공제회로부터 회사를 인수할 당시 한 차례의 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백학음료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데 주력했지만, 여전히 자본잠식의 위험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백학음료의 납입 자본금과 보유 자본의 격차는 12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 시원찮은 ‘시원 소주’, 수요 느는 와인서도 쓴 맛

과거 ‘롯데와인판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엠제이에이와인’의 사정은 좀 더 심각하다. 와인에 대한 국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적자 전환의 쓴 맛을 봤다. 2016년 롯데칠성주류의 지배 아래서 4년 만에 흑자(4억) 달콤함을 맛 봤지만 그 때 뿐이었다. 지난 9년간 정들었던 롯데칠성음료의 품을 떠나 지주사 밑으로 들어가자마자 또 다시 적자 꼬리표가 붙었다.

치솟는 부채도 골칫거리다. 수년간 누적된 손실로 인해 쌓인 결손금이 자본금을 갉아먹으면서 부채비율이 722%에 이르고 있다. 이 또한 1,000%를 향해 가던 것을 2016년 540%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상승 곡선으로 돌아서 엠제이에이와인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시원소주’를 유통하는 롯데의 계열회사 충북소주도 매한가지다. 2011년 롯데칠성음료가 주식 100%를 인수한 이 회사는 기대와 달리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200억 수준에서 수년째 맴돌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20억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롯데와 한 식구가 된 후 사상 최저 실적이라는 기록과 함께 지주사로 편입됐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 관계자는 "씨에이치음료는 5년간 200억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다만 2016년 씨에이치안성 공장이 롯데칠성 안성2공장에 편입되면서 지난해 실적에는 청원과 양주 두 곳만의 실적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학음료 매출액도 전년 대비 20%로 증가했으며, 올해 다양한 수익성 개선 작업으로 매출액 및 영업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